급식실 폐암 위험에… 방학 중 무임금 문제도
코레일 11일, 서울 지하철 12일 총파업 예고
지난해 10월 대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중화비빔밥 소스를 조리하는 조리실무사 주변에 뿌연 연기가 가득 차 있다. 기름을 사용해 튀김, 볶음 요리를 할 때 나오는 조리흄(매연)은 급식노동자들에게 폐암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대구=최주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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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중 겸직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9.5개월 치의 연봉으로 1년을 살아가야 한다."
초중고교에서 일하는 급식·돌봄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4일부터 이틀간 2차 총파업에 나섰다. 방학 중 급여가 나오지 않아 구조적 저임금 상태에 놓인 데다 급식실 조리흄(연기)에 의한 폐암 산재 위험, 고강도 노동 탓에 발생하는 구인난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서울교통공사 파업도 연쇄적으로 예고돼 있어 연말 교통대란 가능성이 열렸다. 철도노조는 '성과급제 정상화'를 요구 중이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인력 감축 중단'이 화두다.
최저임금보다 적은 학교 비정규직 기본급
3일 광주 서구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에서 단체교섭 타결을 촉구하면서, 삭발식에 나선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눈을 질끈 감고 울먹이고 있다. 급식노동자, 돌봄전담사, 특수교육실무사 등으로 구성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저임금을 유발하는 방학 중 무임금, 최저임금 이하 기본급, 명절 휴가비 차별 해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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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4일에는 경기·대전·충남, 5일에는 경남·경북·대구·부산·울산 등 총 8개 지역에서 파업을 진행한다. 급식노동자(조리실무사)들이 다수인 연대회의가 파업을 하면서, 해당 지역 학교들은 하루 대체식을 제공하거나 양육자가 도시락·샌드위치 등을 준비했다. 앞서 지난달 20, 21일 1차 총파업 때는 17개 광역지자체 중 서울·인천 등 9곳이 먼저 파업했다.
이들이 파업에 나선 것은 고질적인 문제인 '고강도 저임금 노동' 때문이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조리실무사·청소원·보조강사 등이 포함된 교육공무직 2유형 월 기본급은 206만 원으로, 최저임금(209만 원)보다도 3만 원이 적다. 각종 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은 넘겨서 법 위반은 아니지만,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인 현실인 것이다. 또 교사와 달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방학 동안에는 임금을 받지 못하고, 겸직도 어려워 생계난을 호소하고 있다.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은 "상시 전일제 전환이나 근무일수 확대를 통해 저임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광주·전남 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에 나섰던 지난달 11월 21일 광주 북구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급식시간에 빵과 우유 등 대체식을 먹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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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의 고강도 노동 환경과 산재 위험도, 매년 지적되나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4월까지 폐암 산재 판정을 받은 급식노동자는 전국 175명으로 파악됐다.
일은 힘든데 봉급은 낮으니, 인력 충원도 쉽지 않다. 올해 3월 기준 15개 시도교육청 조리실무사 결원율은 평균 4%(총 1,748명 결원)로 집계됐다. 특히 결원율이 12%로 가장 높은 서울은 급식실 정원 10명 중 1.2명이 없이 일하고 있다. 급식노동자 이은주씨는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대회에서 "내년부터 퇴직하는 언니들이 더 많아지는데 벌써 걱정이 앞선다"면서 "제때 시간 맞춰 나가야 하는 급식이고, 대체 알바(아르바이트생) 구하기도 하늘에 별 따기라서 아파도 참아가며 일한다"고 호소했다. 연대회의 측은 12월 중 교섭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3월 신학기에 3차 총파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은 성과급·서교공은 구조조정 쟁점
지난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철도노조 총파업(12.11) 예고 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 관계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예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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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와 서울교통공사도 11일과 12일을 기해 각각 총파업을 예고했다. 이동 수요가 많은 연말에 기차와 서울 지하철 이용에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철도노조는 성과급 정상화, 고속철도(KTX-SRT) 통합, 경북 청도 열차사고와 관련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중 최대 쟁점은 성과급 문제다. 공기업은 보통 성과급 지급 기준이 기본급의 100%이다. 반면 코레일은 과거 2010년 '공기업 임금구조 단순화' 작업 당시 개편 기한을 넘긴 잘못으로, 기획재정부의 문책성 지침에 따라 성과급을 기본급의 80%만 적용받고 있다. 코레일 노사 자체적으로는 이를 100%로 복구하는 데 합의했으나 정작 인건비 예산 권한은 기재부에 있다 보니 사안을 풀지 못한 채 수년째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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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310480000666)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0310480000666)
서울 지하철도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제1·2·3노조가 12일 총파업 방침을 밝혔다. 쟁점은 임금, 인력 충원, 구조조정 등이다. 특히 공사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만성 적자를 타개한다는 취지로 2026년까지 전체 인원의 13.5%에 달하는 2,212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경영혁신안'을 마련한 상황이다. 세 노조 모두 이를 폐기·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서울교통공사 9호선 노조(언주역~중앙보훈병원역 구간)도 인력 증원에 관한 합의를 이행하라고 서울시와 공사에 요구하면서, 11일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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