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12월01일 10시59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암은 세포 '한 종류'의 문제가 아니다. 암은 생태계로 수십 개 세포가 얽혀 만들어냈다. 지니너스는 그 생태계를 지도처럼 펼쳐보고 어떤 생태계에서 치료제가 반응하는지 정확히 짚어낼 수 있다.”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 겸 삼성서울병원 유전체연구소장이 지난 2월 서울 송파구 정의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지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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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양 지니너스 대표는 "공간전사체 기술을 활용해 치료반응을 결정하는 세포 조합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섬유아세포, 면역세포, 암세포 조합과 위치에 따라 항암제 반응률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는 단순이 '암세포-항암제' 관계로 규정하던 치료 매커니즘을 확장한 것이다. 지니너스는 이 같은 연구 성과를 올해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했다.
이데일리는 최근 박웅양 지니너스 대표를 만나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와 항암제 개발 전략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섬유아세포, 모두 나쁜 게 아니다
최근 항암제 개발에서는 섬유아세포(CAF)가 공공의 적으로 여겨진다. 섬유아세포는 원래 상처 회복이 주된 역할로 전해진다. 콜라겐을 만들고 조직을 단단히 묶고 상처를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에선 정반대로 작용한다. 암 조직은 일종의 비정상적인 상처 환경이다. 이에 섬유아세포가 대거 몰린다. 문제는 이렇게 몰려든 섬유아세포가 암을 둘러싸 보호막을 만든다. 면역세포가 암 근처에 못 오게 막고 암 성장을 돕는 신호까지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암 치료 분야에서는 섬유아세포를 줄이거나 제거하는 데 집중한다.
지니너스 연구 결과가 놀라운 건 섬유아세포라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규명한 점이다. 중요한 건 어떤 섬유아세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좋은 치료환경을 만들기도 하고 저항성을 강화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섬유아세포를 살펴보니 4가지 종류로 나뉜다"며 "어떤 섬유아세포는 암을 지켜 치료가 안 되고 어떤 섬유아세포는 암을 억누르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디에 어떤 섬유아세포가 모여 있느냐'가 치료반응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연구에선 섬유아세포를 1~2개 종류로 거칠게만 구분하거나 종양 주변 섬유화 조직 정도가 치료반응을 막는다는 수준에서 머물렀다"고 부연했다.
(이미지=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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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너스는 CTHRC1, EPCAM 등 두 종의 섬유아세포에서 면역항암제 치료가 잘 안된다는 점을 획인했다. 이들은 암세포 주변에 벽을 세우고 면역세포가 종양 안으로 들어오는 길을 막는다. 즉, 종양이 숨고 버티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CIITA 환자는 면역항암제를 투약받으면 섬유아세포가 줄어든다. 치료를 받는 중 종양 주변 환경이 바뀌는 환자군이다. 마지막 SFRP1 섬유아세포를 가진 환자는 치료 반응이 좋다.
SFRP1 섬유아세포 특징은 면역세포가 종양 속으로 침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종양 주변 딱딱한 섬유아세포를 부드럽게 만들어 면역항암제가 잘 작동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SFRP1은 면역항암제에 친화적인 섬유아세포인 셈이다. 섬유아세포 비율과 종류만으로도 환자 반응률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후보’가 도출된 셈이다.
암을 부르는 대식세포 vs 암을 막는 대식세포
대식세포 역시 이번 연구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대식세포란 이름 그대로 '크게 먹는 세포'를 말한다. 대식세포는 몸에 위험이 생기면 제일 먼저 달려와서 먹어치우고 경보를 울리고 전투를 지휘한다. 즉 우리 몸에서 '청소부+수비수+경비대장' 역할을 겸한다.
지니너스는 대식세포에도 '좋은 편'과 '나쁜 편'이 있다는 것을 구분해 치료제 반응을 직장암에서 규명했다.
박 대표는 "CXCL9 대식세포는 지원군(T세포)을 불러모으는 무전병 역할을 한다"며 "반멱 TREM2 대식세포는 암을 보호하는 경비대장 역할을 한다"고 비교했다.
이어 "TREM2 대식세포는 T세포가 암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면역항암제가 잘 안 들을 수밖에 없다"면서 "STAB1 대식세포는 암이 성정하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는 지원군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감염·면역학에서만 존재하던 개념을, 직장암 면역항암반응에 실증한 최초 연구"라며 "TREM2 대식세포는 훌륭한 신약개발 타깃이 될 수 있는 세포"라고 했다.
공간전사체 연구가 단순히 치료 반응이 높은 환자와 낮은 환자를 구분하는 것을 넘어 치료제 개발에 바이오마커까지 제시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T세포 연구까지 연결하자 새로운 통찰이 도출됐다. 지니너스는 CD8 T세포를 기억형(SCM/CM)과 효과기형(EM)으로 구분해 공간적 분포를 비교했다. 그 결과 반응군에서는 ‘잘 준비된 기억형 T세포’가 종양 주변에 밀집하며 면역활성 환경을 강화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정리하자면 좋은 섬유아세포, 면역활성 대식세포, 기억 T세포가 모여 형성하는 공간적 생태계가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극대화하는 조합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반면 비반응군에서는 억제성 CAF와 면역억제 대식세포가 T세포 주변을 둘러싸 종양을 보호하는 패턴이 확인됐다.
항암제 개발 20년 공식 깨자 계약 논의 급증
지니너스의 이번 성과는 단순한 연구 결과가 아니다. 항암제 개발의 공식을 통째로 바꾸는 '패러다임 전환' 신호탄이다.
박 대표는 "면역항암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누가 약에 반응하는가'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이라며 "공간오믹스는 세포가 어디에 모여 있고 서로 어떻게 신호를 주고받는지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임상 성공 확률을 기존 방식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데이터는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들의 관심은 ‘직장암’이 아니었다. 초점은 '이 분석법을 다른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 하나였다. 그만큼 이번 연구는 암 종별로 제각각이던 면역항암제 반응 문제를 공간적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대표는 이에 대해 "이미 글로벌 임상에서 ADC·면역항암제는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선정이 필수 조건이 됐다"며 "공간오믹스는 환자 예측모델 개발, 임상 설계 최적화, 신약 타깃 발굴 등을 이루는 혁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암 치료는 이제 단일 유전자·단일 세포로 설명할 수 없는 시대"라며 "세포 하나하나가 아니라, 세포 생태계 전체를 읽어야 비로소 치료 반응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니너스의 연구는 이를 실제 환자 조직에서 공간 구조로 입증한 첫 사례로 꼽힌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일본을 포함한 여러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 논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몇몇은 이미 계약을 진행 중이며 머지않아 구체적 성과를 공식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지니너스는 △국내 대형 A사 △에이비엘바이오 △태국 시리라즈병원 △일본 명문대 △게이오대 △숙명여대 등과 스페이스 인사이트, 인텔리메드 등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아울러 일본 국립암센터 주관 몬스터-3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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