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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실업급여로 1억원 수령? 불편한 '시럽 루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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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호진 노무사ㆍ이지원 기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는 11조1880억원에 달합니다. 그만큼 뜻하지 않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가 많았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실업급여를 부정수급하는 사례도 그만큼 늘었다는 점입니다. 실업급여가 아닌 '시럽급여'란 논란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입니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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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급여로 1억원 이상 부정수급한 사례가 발생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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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입ㆍ퇴사를 반복해 실업급여를 1억원 이상 수령하는 게 가능한가요?"

    응답: "최소 근무 요건만 채우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상 가능합니다."

    '실업급여'는 '일을 잃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안전망'입니다. '고용보험법' 역시 실업급여의 목적을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구직활동 촉진'이라고 규정하고 있죠.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폐업하거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을 때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해주고, 노동시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실업급여'란 겁니다.


    문제는 최근 실업급여가 '시럽급여'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부 노동자가 실업급여를 '새로운 수익모델'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정한 수급 요건만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만큼 퇴사 후 실업급여를 받고, 다시 입사했다가 또다시 퇴사해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이 그만큼 숱하단 방증입니다.


    [※참고: 실업급여의 대상은 18개월간 피보험기간이 180일 이상이고,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노동자 중 재취업 의사와 능력이 있는 이들이다. 퇴사 전 3개월 평균 임금의 60%를 120~270일간 지급한다.]

    ■ 실업급여 부정수급 논란 = 실제로 김위상 의원실(국민의힘)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로 1억원 이상을 부정수급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근로자 A씨는 한 회사에서 퇴사와 재입사를 반복하면서 21회에 걸쳐 1억400만원의 실업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의 사례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눈여겨봐야 할 점은 있습니다. 실업급여 제도를 악용하는 방식이 점점 더 교묘해지는 만큼 제도의 빈틈을 채우지 못한다면 실업급여 재정이 줄줄 샐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실업급여는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지급하는데, 여기엔 노동자와 회사가 함께 부담한 고용보험료뿐만 아니라 국고지원금이 포함됩니다. 올해 10월 기준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919억원으로 4년 전(2021년 10월) 9198억원 대비 18.7% 증가했습니다. 올해 1~10월 누적 기준 지급액은 11조1880억원에 달하죠.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실업급여가 꼭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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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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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도의 빈틈 = 그렇다면 한사람이 실업급여를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는 현행 제도의 빈틈은 무엇일까요. 언급한 것처럼 실업급여 수급 요건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18개월간 180일 근무'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횟수와 총액의 제한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입사→퇴사→실업급여 수령→재입사'라는 '시럽급여 루프'가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도 미비합니다. 현재 실업급여 부정수급 관련 조사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다만 실업급여 신청을 받고 수급 자격 요건을 판단하는 일은 근로복지공단 관할 고용센터가 하고 있죠.


    문제는 고용센터 업무가 워낙 많다 보니 모든 사실관계를 일일이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신청자의 신고 내역만으로 수급 요건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건 이 때문이죠.


    결국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차단하려면 실업급여 신청과 자격 요건 검토 단계에서부터 '실질적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추후 근로감독관이 담당하는 부정수급 조사 부담도 덜 수 있겠죠.

    ■ 문턱 높이면 벌어질 일 = 그렇다고 실업급여의 총량을 줄이거나 수급 요건을 일괄적으로 강화해선 곤란합니다. 경기 침체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단기 일자리가 많아지고, 비자발적 이직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견직ㆍ단기계약직이 증가하는 만큼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수급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죠.

    지난해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최근 5년간 3회 이상 수급자)가 11만2823명으로 2021년(10491명) 대비 12.3% 증가했지만, 이들이 모두 악의적으로 실업급여를 반복수급했다고 볼 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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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점에서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과 제도의 빈틈을 이용하려는 이들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 기준은 실업급여 수급 횟수가 아니라 '재취업 노력의 실효성'으로 삼는 게 타당하죠. 가령, 실업급여를 받는 기간 중에 제출해야 구직활동 내역을 형식적인 '서류'가 아니라 실제 취업과 연계한 '활동'으로 바꾸는 식입니다.


    아울러 특정 업종에서 반복적으로 입·퇴사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장 단위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반복수급자에 한해서 재취업 상담직업훈련 참여를 의무화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제도가 허술할수록 가장 큰 위험에 놓이는 건 제도를 실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실업급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업급여와 같은 사회 안전망은 촘촘할 때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들에게 '실업급여'는 '쉬기 위한 비용'이 아니라 '다시 일하기 위한 시간과 기회를 버는 시간과 기회'가 돼야 합니다. 실업급여는 시럽급여가 아니니까요.

    류호진 노무사 | 더스쿠프

    rhj0984@daum.net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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