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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트럼프 스톡커] 中이 앞선 로봇, '제조업 허약' 美 이길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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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상무장관, 로봇 CEO 연쇄 회동···전폭 지원 약속

    "트럼프, 내년 지원안 명령"···AI 다음 미중 전선

    '옵티머스' 테슬라 등 주가 급등···현대차도 '꿈틀'

    中은 국가 차원 '드라이브'···샤오펑 등 개발 속도

    美, '피지컬 AI' 소홀···제조 기반 부족 극복 주목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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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패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기 싸움을 벌이는 미국이 이제는 로봇 산업으로 2차 경쟁을 벌일 채비에 나섰다. 첨단 로봇 산업은 너무 비싼 임금 탓에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의 입장에서 미래 경제 성장성을 감안할 때 쉽게 내줄 수 없는 분야다. 더욱이 로봇은 군사 기술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안보 사안과도 직결될 수 있다. 다만 첨단 칩과 챗봇 부문에서 아직까지 확연히 앞서는 AI 부문과 비교해 로봇 분야에서는 중국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 미국이 도전자 입장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봇, 자율주행 등 AI 기술을 실제 물리적인 세계에서 구현하는 ‘피지컬 AI’ 쪽에서는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중국이 미국에 쉽게 밀리지 않는 까닭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에 얼마나 획기적인 지원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미국과 동맹국들의 로봇 산업 경쟁력, 관련 기업 주가 수준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 장관, 로봇 CEO 연쇄 회동…“트럼프, 내년 지원안 행정명령”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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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3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최근 로봇 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잇달아 만났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미국의 로봇 산업 발전을 가속화하는 데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폴리티코는 3명의 소식통 가운데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로봇 산업과 관련한 행정명령을 발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교통부도 올 연말 로봇공학 실무 그룹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나섰다. 상무부 대변인도 폴리티코에 “로봇공학과 첨단 제조업은 중요한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우리는 여기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미국과 중국 간 경쟁에서 AI 다음 로봇공학이 주요 전선으로 부상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새로 설치된 전 세계 산업용 로봇 54만 2000대 가운데 54%에 달하는 29만 5000대가 중국의 물량이었다. 이는 미국(3만 4000대)의 9배에 달하는 수준이기도 했다. 폴리티코는 IFR 추산치를 인용해 2023년 기준으로 중국 공장 내 산업용 로봇이 미국의 4배인 18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폴리티코는 미국의 로봇 업계가 공급망을 강화하고 로봇을 광범위하게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세제 혜택, 연방 자금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또 중국의 산업 보조금과 지식재산권 관행에 대응할 무역 정책도 요구하고 있다.

    이 소식에 3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의 개발사로 미국의 선두 업체로 꼽히는 테슬라가 뉴욕 증시에서 돌연 4.08% 급등했다. 리치테크로보틱스와 서브로보틱스도 각각 18.54%, 18.24% 치솟았다. 4일 한국 증시에서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소유한 현대차(005380)가 6.38%, 현대오토에버(307950)가 27.19% 각각 폭등했다. 테슬라와 리치테크로보틱스, 서브로보틱스는 4일 뉴욕 증시에서도 강세를 이어가며 각각 1.74%, 8.77%, 10.17% 뛰었다.



    중국, ‘AI 심은 로봇’ 전국민 사용케 할 계획···샤오펑 자체 칩 제품 내년 출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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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로봇 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최근 중국이 이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소프트웨어 중심인 AI 산업에서 아무리 앞서나가도 이를 물리적 공간에서 구현할 피지컬 기술이 떨어지면 패권의 강도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는 2050년까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5조 달러(약 73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일찍부터 국가 차원에서 로봇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중국은 AI를 적용한 로봇이 스스로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지능’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제15차 5개년 계획을 통해 중점적으로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중국 국무원은 2030년까지 차세대 스마트 지능체 보급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단 ‘인공지능+’ 정책도 지난 9월 내놓았다. 스마트 지능체는 AI가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이다. 로봇에 AI를 심어 거의 모든 국민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2023년 기준으로 국가 자동화 수준을 보여주는 로봇 밀도(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에서 중국은 470대로 한국(1012대), 싱가포르(770대)에 이어 세계 3위를 달렸다. 반면 미국은 295대로 10위에 머물렀다.

    최근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기업 샤오펑은 인간과 흡사하게 걷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여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샤오펑은 내년부터 이 로봇을 현장에 배치해 인간을 대신하게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중국 신흥 기업 패스로보틱스나 3S로보틱스 같은 기업들은 AI 기반 용접 로봇을 상용화해 용접선을 스스로 인식하고 품질을 보정하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이는 숙련공 부족으로 골치를 앓던 중국 제조업의 고질적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기술이다.

    샤오펑은 지난달 5일 광둥성 광저우시 본사에서 진행한 ‘AI 데이’ 기자회견에서 자체 개발한 칩 탑재 로보(무인)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플라잉카 신제품을 내년에 출시하겠다고도 밝혔다. 허샤오펑 CEO는 내년에 선보일 로보택시 3종과 휴머노이드 로봇 차세대 제품, 플라잉카 2종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 ‘튜링’을 활용한 피지컬 AI ‘시각·언어·행동(VLA)’ 모델 2세대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샤오펑은 튜링 4장을 탑재하는 로보택시의 연산 능력이 초당 최대 3000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샤오펑의 2세대 VLA 모델은 주로 시각에 기반해 학습하고 결정 내리는 만큼 이미지를 언어로 설명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샤오펑은 테슬라 옵티머스의 대항마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 2세대 제품도 이날 선보였다. 샤오펑은 튜링이 3장 들어간 이 제품을 내년부터 연간 1000대씩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아이언 2세대는 가정용보다는 관광 안내나 판매 보조 등으로 먼저 사용될 예정이다. 샤오펑은 2020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뛰어들어 지난해 11월 아이언 1세대를 공개했다.



    미국, ‘피지컬 AI’ 상대적 소홀···제조 기반 뒤처지는 상황서 지원폭 주목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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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과 비교하면 미국은 그간 로봇과 같은 피지컬 AI 기술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로봇 업계는 그간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책이 없으면 자국의 첨단 제조 역량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AI 분야에서 치열하게 중국과 경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로봇 산업과 관련해서는 올 3월 28일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1500조 원가량을 투자해 미국 전역에 걸쳐 AI 무인 산업단지를 지을 것이라는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도 나왔다. 당시 닛케이는 소프트뱅크가 AI를 탑재한 로봇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공장들로 이뤄질 무인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손 회장이 앞으로 미국의 노동 가능 인구 증가세가 둔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AI와 로봇 기술로 제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미국 측에 제안한다는 내용이었다. 닛케이는 세부적으로 AI가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라인을 설계하는 무인 공장이 그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자금 지원을 받는 독일 로봇 회사 ‘애자일로봇’의 기술을 도입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는 나아가 소프트뱅크가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의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과도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알렸다. AI를 활용해 스마트폰·자동차·서버·에어컨 등 다양한 제품의 생산과정을 인간의 개입을 줄이는 쪽으로 통합·재편한다는 구상이다.

    로봇 산업과 관련해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지난달 6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옵티머스가 세계 경제 규모를 10배 이상 키울 것”이라며 “연간 100만 대씩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대당 비용은 약 2만달러(약 2900만 원) 정도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달 2일 인도 기업가 니킬 카마스가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AI와 로봇 기술이 모든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발전한다면 돈의 중요성도 급격히 떨어진다”며 “문명이 계속 발전하는 한 우리는 대규모 AI와 로봇을 갖게 될 것이고 그것이 미국 부채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아가 “AI와 로봇공학으로 상품과 서비스 생산량이 급증하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AI와 로봇이 매우 중요해지는 미래에 구글이 꽤 가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엔비디아도 현시점에서 명백히 그렇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을 로봇공학 지원책이 현 글로벌 판도를 얼마나 바꿀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이 중국보다 제조업 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피지컬 분야 만큼은 AI 소프트웨어 부문처럼 쉽게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분야에서는 엔비디아 칩 수출 제한과 같은 대(對)중국 압박책도 통하기 힘든 까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강력한 지원 방안을 내놓는가에 따라 미중 기술 경쟁의 2라운드 구도와 월가의 투자 관점도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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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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