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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마약선 생존자 살해' 영상 공개… 美민주, 국방장관 탄핵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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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 지휘 제독, 당시 상황 의회 보고
    야 “곤경 속 피살” 여 “싸우려는 의지”
    ‘실책 누적’ 헤그세스, 사임 압박 가중


    한국일보

    프랭크 브래들리(앞줄) 미국 해군 제독이 4일 미 연방 상·하원 군사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을 떠나고 있다. 브래들리 제독은 생존자 살해로 논란이 된 9월 2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 공습 작전 지휘관이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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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본 영상을 보는 미국인이면 누구든 미군이 난파선 선원들을 공격하는 것을 볼 것이다. 물론 (미국에 마약을 밀매하려 한) 악당들이다. 하지만 난파선 선원들에 대한 공격이었다.”

    미국 연방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짐 하임스(코네티컷)는 4일(현지시간) 취재진에 이렇게 말했다. 9월 2일 미군이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베네수엘라 국적 선박을 격침했을 때 촬영된 영상을 보고 나서다. 당시 미군은 첫 피격 뒤 선박 잔해에 매달린 생존자 2명을 추가 공격으로 살해했다. 미국 국방부 매뉴얼상 교전 상황이라도 전투 능력을 상실한 난파선 생존자를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다. 하임스는 “허용할 수 없는(impermissible) 행위”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문제” vs “오바마도 같아”


    해당 작전을 지휘한 미국 해군 제독 프랭크 브래들리는 이날 연방 상·하원 군사위와 정보위의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에 공격 당시 상황을 비공개로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는 당시 동영상도 상영됐다. 공격 이유에 대해 브래들리는 난파선 생존자들을 조력할 선박이 근처에 있었으며 마약 운반을 지속하겠다는 생존자들의 의사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는 해명을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민주당 측은 수긍하지 않았다. 하임스는 “분명히 곤경에 빠진 두 사람이 어떤 이동 수단도 없이 파괴된 선박에서 미국에 의해 살해당했다”며 “해당 영상이 (일반에)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로드아일랜드)도 “이 보고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군사 활동에 대한 내 가장 큰 우려를 확인시켜 줬다. 왜 위원회가 이 작전에 대한 정보, 문서, 사실을 누차 요청하고도 거절당했는지 정확히 알았다”고 말했다.

    반면 공화당 측은 대체로 브래들리를 두둔했다. 상원 정보위원장 톰 코튼(아칸소)은 “마약을 싣고 미국으로 향하던 선박을 뒤집어 계속 싸우려는 생존자 2명을 (영상에서) 봤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장 릭 크로포드(아칸소)는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군사 공격의 영상을 보고 걱정에 빠진(troubled) 것처럼 보이는 이들은 (민주당 출신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명령한 공격을 본 적이 없는 게 틀림없다”고 비꼬았다.

    “최종 책임 헤그세스, 장관 자격 없다”



    한국일보

    미국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이 4일 미 워싱턴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9월 초 카리브해 마약 운반 의심 선박 생존자 살해 상황과 관련한 프랭크 브래들리 해군 제독의 보고를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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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자 살해로 이어진 공격의 책임은 일단 브래들리가 뒤집어쓴 형국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방부(전쟁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하원 민주당 정보위와 군사위 간사인 하임스와 애덤 스미스(워싱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작전의 최종 책임자는 국방장관 헤그세스”라고 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뉴욕)는 엑스(X)에 “헤그세스는 사임해야 한다”고 썼다. 민주당 하원의원 슈리 타네다르(미시간)는 국방장관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뉴욕)는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인 연방의회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헤그세스가 곤경에 빠진 것은 실책이 누적된 결과다. 3월 미군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당시 헤그세스가 민간 메신저 앱 ‘시그널’로 작전 계획을 유출하는 바람에 작전 참여 군인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내용의 국방부 감찰관 보고서가 이날 공개됐다. 같은 날 미국 뉴욕타임스는 기밀 정보 보호를 구실로 미 국방부가 내놓은 ‘보도 통제’ 지침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국방부 상대 소송을 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최근 마약 밀매 혐의 선박 공습 논란 이전부터 헤그세스는 자신에게 미국 국방부를 이끌 자격이 없음을 증명해 왔다”고 비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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