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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백악관, 새 국가안보전략 공개… “한국에 국방비 증액 촉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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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외교·안보 분야 최상위 전략 지침

    방위비 증액, 중국 견제 동참 압박 커질 듯

    북한은 한 차례도 언급 안 돼… 1기 때는 17번

    “美가 세계 질서 떠받치던 시대는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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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 참석해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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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경제·군사 등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이 5일 공개됐다. 향후 4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사할 외교·안보 정책의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는데, 한국에 대해서는 일본과 함께 트럼프가 부담 분담 확대를 강력히 요구한 것을 언급하며 “이들 국가가 적들을 억제하고 제1도련(First Island Chain·일본 규슈 남단부터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을 연결하는 방어선)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역량에 중점을 두고 국방비를 증액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했다. 한미는 현재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 재조정, 한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방위비 부담과 중국 견제 노선 동참 압박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美가 세계 떠받치던 시대 끝나”… 동맹에 ‘부담 전가’

    이날 공개된 29쪽 분량의 NSS 전문을 보면, 트럼프는 “NSS는 미국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성공적인 국가로 남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로드맵”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몇 년 동안 여러 차원에서 국력을 키워 미국을 더 안전하고, 부유하고, 자유롭고, 위대하고,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다음 세기 핵심적인 경제학·지정학적 격전지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인·태 지역에서 동맹을 구축하고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보·번영의 초석이 될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인·태 지역에서의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억지력 유지에 지속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NSS는 트럼프가 오랜 기간 주창해 온 ‘미국 우선주의’가 곳곳에 깊게 배어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전통적·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아닌 오로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 두 단어에 기반하고 있다”며 “미국이 아틀라스(Atlas·어깨에 지구를 짊어지고 있는 거인)처럼 세계 질서를 떠받치던 시대는 끝났다”고 했다. 이어 “수많은 동맹과 파트너국 중 수십 개의 부유하고 선진화된 국가들이 각자 지역에 대한 주된 책임을 지고, 우리의 ‘집단 방어(collective defense)‘에 훨씬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우선 순위라면서 ‘부담 전가(burden-shifting)’ ‘대규모 이주 시대의 종말’ 같은 표현도 노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의 NSS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표현이다.

    NSS는 트럼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압박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을 언급하며 “미국은 자발적으로 지역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지고 수출 통제를 미국과 일치시키는 국가들에 대해 기술 공유, 방위 조달 등의 분야에서 더 유리한 대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 中관련 서술에 대부분 할애… “제1도련서 침략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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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경주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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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SS의 아시아 파트는 중국 관련 서술에 대부분의 내용을 할애하고 있다. 대만해협·남중국해 등에서의 국제 규범 준수를 강조하며 “우리는 대만에 대한 오랜 선언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현상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지지하지 않는다” “제1도련을 따라 해양 안보 문제를 상호 연계해 대만 점령 시도 등을 저지할 미국과 동맹의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 패권주의를 겨냥한 것인데 “잠재적 적대 세력이 남중국해도 마음대로 폐쇄할 수 있다”며 “일본을 비롯한 모든 국가와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호주·인도가 가입한 중국 견제용 다자(多者) 안보 협의체인 ‘쿼드(QUAD)’를 언급하며 “인도가 쿼드를 통해 인·태 지역 안보에 더 기여할 수 있도록 상업과 다른 분야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제1도련 어디에서든 침략을 저지할 수 있는 군대를 구축할 것”이라면서도 “미군은 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고, 그렇게 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제1도련선은 일본 규슈에서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대중(對中) 봉쇄선인데 이곳에서의 ‘침략 저지’를 언급한 건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정한 대목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제1도련선의 전력을 대거 제2도련선(일본 혼슈부터 괌, 사이판, 팔라우 등을 연결하는 방어선)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일각에서 제기된 이른바 ‘신(新) 애치슨 라인’에 관한 우려는 일부 불식됐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NSS가 ‘제1도련에서의 침략 저지’와 이를 위한 동맹 역할을 명시하면서 중국 견제를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관한 논의에 탄력이 더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은 “미국의 외교적 노력은 제1도련 동맹 및 파트너 국가에 미군의 항구 및 기타 시설 접근권 확대, 자체 방위비 증액, 침략 억제를 위한 역량 투자에 집중하도록 촉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또 동맹국은 ‘집단 방어’를 위해 지출을 늘리고,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집단 방어는 특정 동맹 한 곳이 공격받으면 모든 동맹이 함께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안보 개념으로, 나토의 경우 이를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어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한미는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돼 있어 “유사시 공통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 헌법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자동 개입’과는 구별된다.

    ◇ ‘북한’은 한 차례도 언급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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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북한 김정은이 지난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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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NSS에서는 ‘북한’이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2017년 12월 트럼프 1기 정부가 발표한 68쪽 분량의 NSS에는 북한이란 말이 17번 언급됐는데, 그때보다 우선순위가 많이 내려갔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대화 의지를 담은 메시지를 계속해서 발신하고 있고,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발표된 바이든 정부의 NSS에서는 북한이 세 차례 언급됐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약 1년 만에 NSS가 발표되면서 국방부가 국가방위 전략을 큰 틀에서 정리한 국방전략(NDS)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NDS는 국방부가 의회에 보통 4년 주기로 제출하는 최상위 국방 전략 문서로, 군사 정책과 국방 운영 전반의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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