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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르포] "영하 추위도 뚫었다"… 3N도 홀린 '덕심'의 성지, AGF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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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정 기자]
    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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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5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전날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영하의 날씨에도 이른 새벽부터 수천명의 인파가 몰리며 장사진을 이뤘다. 국내 최대 애니메이션·게임 축제 'AGF 2025(Anime X Game Festival 2025)'의 개막 현장은 서브컬처가 더 이상 '변방'의 문화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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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AGF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 부스들이 '회사명'보다는 '게임 타이틀'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유수의 대형 게임사들이 참가했지만 부스 상단에는 기업 로고 대신 각사가 출품한 게임의 일러스트와 로고가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이는 기업 브랜드보다는 자신이 즐기는 지적재산권(IP)에 반응하는 서브컬처 이용자들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행사 준비 역시 명확한 타깃층을 겨냥해 이뤄졌다. 화려한 쇼맨십보다는 성우 초청, 드로잉 쇼, 코스프레 등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실속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구성됐다. 현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박모 씨(24)는 "대형 게임사들이 왔다고 해서 너무 기업 홍보 위주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철저하게 게임 세계관 안에서 놀 수 있게 부스를 꾸며놔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부스별 인기도를 살펴보면 신작보다는 이미 팬덤이 두텁게 형성된 기존 인기작들에 관람객이 더 몰리는 경향이 뚜렷했다. 글로벌 흥행작인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와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 부스는 대기열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는 서브컬처 행사 특성상 새로운 게임을 탐색하기보다, 자신이 현재 애정을 쏟고 있는 게임의 굿즈를 구매하거나 현장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수요가 더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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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부스 [사진: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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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N의 전략적 행보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넥슨은 서브컬처 장르로 분류되지 않는 MMORPG '마비노기 모바일' 부스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이는 장르적 유사성을 떠나, 마비노기 IP가 가진 감성이 서브컬처 이용자들에게도 충분히 소구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들에게 게임을 알리고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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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부스 [사진: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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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씨소프트의 부스에서는 변화의 노력이 감지됐다. 그간 '리니지'로 대표되는 MMORPG에 집중해 왔던 엔씨소프트가 서브컬처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전면에 내세운 모습은 관람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부스 디자인부터 운영 방식까지 기존 엔씨소프트의 문법을 탈피해 서브컬처 이용자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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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N '최애의 아이 퍼즐 스타' 부스에서 관람객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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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N은 IP 파워를 적극 활용했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IP를 기반으로 한 '최애의 아이 퍼즐 스타'를 선보이며 원작 애니메이션 팬덤을 게임으로 유입시키려는 의도를 명확히 했다. 현장에서는 원작 팬들이 게임 부스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모습이 목격됐다.

    대학생 김모 씨(21)는 "평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IP 게임이라 호기심에 방문했다"며 "익숙한 캐릭터들이 게임으로 구현된 것을 보니 반가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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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의 여신: 니케' 굿즈숍에 대기 중인 관람객들 [사진: 이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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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단연 '굿즈숍'이었다. 각 게임사 부스 한편에 마련된 굿즈 판매대와 행사장 내 공식 굿즈숍은 물건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굿즈숍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정판 굿즈를 확보하기 위한 대기열이 부스를 넘어 행사장 통로까지 길게 이어졌으며, 원하는 물품을 구매한 이용자들의 얼굴에는 안도감과 즐거움이 교차했다.

    이는 AGF가 단순한 전시회를 넘어, 팬덤의 강력한 구매력이 실현되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게임사들이 지스타에 이어 AGF로 총집결하는 이유는 바로 이 검증된 '구매력'과 '충성도'에 있다. 서브컬처는 이제 게임 산업의 틈새가 아닌 확실한 캐시카우를 창출하는 주류 시장으로 완전히 편입된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서브컬처가 소수의 취향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확실한 구매력과 충성도를 갖춘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이번 AGF 인파로 증명됐다"며 "게임사들 입장에서도 단순한 신작 홍보를 넘어 이용자들과 깊게 호흡하고 팬덤을 결집시키기 위해 AGF 참가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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