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종 벼 생산 난제 풀어
부분 웅성불임 계통에서 자가수분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외부 꽃가루와의 교배에서 잡종종자가 우세하게 형성되는 과정을 나타낸 개념도. /경희대 |
아시아투데이 김홍찬 기자 = 경희대학교(경희대) 그린바이오과학원 정기홍 교수 연구팀이 꽃가루의 경쟁력을 선택적으로 낮춘 '부분 웅성불임' 벼와 종자 색으로 교배 여부를 구분할 수 있는 시각적 마커 기반 선별 기술을 개발했다.
잡종 벼 생산에는 외부 꽃가루에 의한 교배가 필수적이지만 벼는 대표적인 자가수분 작물로 자기 꽃가루가 먼저 암술에 도달해 잡종종자 생산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기존에 활용되던 '웅성불임' 벼는 이러한 문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했으나, 온도·일장 등 환경에 따라 불임이 해제되거나 유지 계통을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 등 생산 안정성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CRISPR/Cas9)을 활용해 벼 꽃가루의 신장 능력을 약화시켜 자가수분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부분 웅성불임' 벼를 구현했다. 이는 꽃가루가 정상적으로 성숙하되, 암술 깊숙이 도달하지 못하게 조절함으로써 외부 꽃가루가 교배에서 우위를 점하도록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벼 꽃가루 발아와 신장에 중요한 'GTrD5·GTrD9' 유전자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현장 적용성을 높이기 위해 'FLO5' 유전자의 변이를 활용한 시각적 종자 판별 기술도 구축했다. FLO5가 손상되면 배유가 하얗고 불투명해진다. 반대로 정상 유전자를 외부 꽃가루로부터 물려받으면 맑고 빛이 투과되는 정상 배유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이 특성을 이용해 gtrd5flo5, gtrd9flo5 계통을 제작했다.
연구 결과 동일 포장에서 수확한 종자라도 배유 색만으로 자가수분 종자와 잡종종자를 즉시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해당 논문은 국제학술지 'Plant Biotechnology Journal' 10월호에 게재됐다.
정 교수는 "기존 웅성불임 계통의 불안정성을 개선하고, 종자 색만으로 잡종 여부를 판별할 수 있어 산업 현장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보리·밀·콩 등 다른 자식성 작물로도 확장 가능해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1저자로 참여한 이수경 박사과정생은 "다양한 작물에서 적용될 경우 국내외 잡종종자 기반 식량 생산 체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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