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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비버롹스 25] "스토리보다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유승현 원더포션, '산나비' 개발하며 얻은 통찰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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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미희 기자]

    테크M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비버롹스 2025'에서 유승현 원더포션 대표가 '산나비 포스트모템: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서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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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스토리가 자동으로 좋은 게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를 어떻게 전달할지, 즉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한 고민이 훨씬 중요하다"

    유승현 원더포션 대표가 '산나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인디게임 제작 과정에서 깨달은 통찰을 공유했다.

    유승현 원더포션 대표는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비버롹스 2025'에서 '산나비 포스트모템: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유승현 대표는 먼저 콘텐츠 시장의 경쟁 격화 속에서 인디게임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으로 '하이컨셉'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재미있으면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이라는 환상은 위험하다. 유저와 개발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며, 일단 알려져야 사람들이 한다"고 말했다. 대규모 마케팅이 어려운 인디게임에서는 입소문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며 이를 위해서는 유저의 뇌리에 단번에 박히는 날카로운 콘셉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산나비'에서 그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조선 사이버펑크'라는 하이컨셉이다. 그는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굉장히 강하게 어필했고 실제로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지만 "해외 게이머들에게는 독창성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고, '일반 사이버펑크'와 차이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직관적으로 꽂히는 요소를 하나 더 담았다면 더 확장성 있는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의 고민은 선형적 게임 구조의 한계였다. '산나비'는 촘촘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모든 서사를 컷씬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유 대표는 "밀도 높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몰두한 나머지 유저가 게임 세계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일 여지를 충분히 주지 못했다"며 "특히 서양권 유저들 사이에서는 '행동의 자유가 제한된다', '게임의 능동성이 사라진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유튜브 시대에 선형적 게임이 직면하는 구조적 문제도 언급됐다. 게임이 일방향적으로 완결되는 만큼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경험할 유인이 줄어드는 점이다. 유 대표는 "한 번 클리어하면 궁금증이 남지 않는 구조는 리플레이 유인을 약화시킨다"며 "다양한 루트나 선택지를 품는 스토리였다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아이디어가 좋아도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전달되고 소비될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게임을 만들 땐 중간 과정이 99%다. 콘셉트와 스토리텔링 방식, 유저 경험 구조까지 모두 함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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