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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미국은 '백지수표' 제시하는데 한국은 '연공서열'…AI 인력 16%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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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AI 인재 증가 속도 빠르지만 유출도 상당
    미국은 AI 인재에 25% 임금 프리미엄 주지만
    한국은 6%에 그쳐…경직된 임금 체계 때문
    "비전 제시하는 국내 AI 기업 부재도 문제"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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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기치를 내걸었지만 정작 우리나라 AI 인력의 16%는 해외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빅테크로 전 세계 고숙련 인재들부터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단순히 인력의 절대 양을 늘리는 정책보다,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와 전문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환경 등 우수 인력을 잡을 통합적인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

    4일 한국은행이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개최한 'AI 기반의 성장과 혁신' 세미나에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국내 AI 전문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한은 조사팀은 고용 전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한국인 근로자 표본(110만 명)을 추출해 AI 전문 인력 현황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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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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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AI 전문 인력은 지난해 기준 5만7,000명으로 2010년 대비 2배 늘었다. 절대적인 AI 인력 수는 미국(78만 명), 영국(11만 명), 프랑스·캐나다(7만 명)에 비해 뒤지지만, 전체 인구 수 대비로는 적지 않은 수다. 무엇보다 주요국 대비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 석·박사급 인력이 전체의 58%로 고학력 인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해외로의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 2024년 기준 AI 인재의 16%인 1만1,000명이 해외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AI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다른 근로자 평균 대비 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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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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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공서열 임금체계, AI 인재 보상 부족할 수밖에"


    우리나라가 'AI 인재 순유출국'이 된 가장 두드러진 요인은 격차가 큰 보상체계에 있다. 미국 기업의 경우 일반 직장인 대비 AI 인재에 25%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캐나다(18%), 영국·프랑스· 호주(15%)도 AI 인재에는 파격적인 대우를 보장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임금 프리미엄'이 주요국 대비 절반이 채 되지 않은 6%에 그쳤다.

    그 원인을 뜯어보면 결국 연공서열 중심의 경직된 임금 체계가 걸림돌이다. 실제 성과를 충분히 반영 못 하는 현 임금 체계에 대해 오삼일 팀장은 "새로운 기술이 노동시장 도입됐을 때, 해당 기술 보유자의 처우가 즉각 개선되기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일보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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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면 앞으로 국내 AI 인력 수급 '미스매치'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69%)뿐 아니라 중견기업(68.7%), 중소기업(56.2%)까지도 AI 관련 인재 채용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지만, 숙련 인재는 부족하고 그들이 기대하는 높은 급여를 맞추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AI 인재 정책의 초점이 양적 확대보다 우수 인력이 지속적으로 국내에 머물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아울러 해외 수준의 임금 보장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AI 산업 성장과 세밀하게 연결된 인재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AI 기술을 선도할 기업이 없다는 건, 인재를 끌어당길 매력적인 일터가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오픈AI나 퍼블렉시티, 앤트로픽처럼 창업자가 자기만의 비전을 제시하고 초고속 성장하는 회사가 국내에 잘 안 보이는 것이 인재 유출 문제의 근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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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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