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영토는 양보 못 해" 협상 난항
유럽 정상들 "미국이 속임수 쓸 수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인도를 국빈 방문해 뉴델리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진행되는 환영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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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양쪽 사이를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는 가운데, 두 국가 모두 미국과의 회담 내용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대화 과정에 배제된 유럽 국가 정상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미국을 조심하라"며 경고를 날렸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측과의 회동이 "필요하고 유용했지만, 동시에 어려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직접 만나 5시간에 걸쳐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이날 회담에서 다룬 내용 중 "일부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이 제안한 평화안이 기존 28개에서 한 항목 줄어든 27개 조항으로 이뤄져 있었으며, 4개 분류로 나뉘어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지난주 새롭게 합의한 19개 항목이 아니라, 러시아 입장을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초안을 들고 러시아와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의미다.
러시아가 동의하지 못한 부분은 돈바스 지역 등 영토 관련 문제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돈바스 지역 군대를 철수할 것을 제안했지만 거부했다"며 "그들은 무력 충돌의 길을 선택해 스스로 이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어떤 수단으로든 돈바스와 노보로시야(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 지역)를 해방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포크롭스크 인근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 중 사망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어머니가 3일 우크라이나 보이아르카에서 진행된 아들의 장례식에서 관을 껴안은 채 눈물을 터뜨리고 있다. 보이아르카(우크라이나)=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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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를 오가는 미국의 외교 활동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독일 매체 데어 슈피겔에 따르면 이달 1일 진행된 유럽 지도자 및 젤렌스키 대통령의 통화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안보 보장에 대한 명확한 입장 없이 영토 문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같은 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그들은 당신과 우리 모두를 상대로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그들'은 위트코프와 쿠슈너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치며 친분을 과시했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마저 "우크라이나가 이들(미국과 러시아)과 독대하도록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럽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 시계가 바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도 포격은 계속됐다. 3일 러시아 공습으로 4만 명 이상 주민에게 난방을 공급하는 헤르손 화력발전소가 폐쇄됐고, 이로 인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겪어야 했다. AP는 당국자들을 인용해 "러시아가 밤새 우크라이나를 향해 탄도미사일 2발과 드론 138대를 발사했다"며 "러시아 포격으로 6세 소녀가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러시아가 점령 중인 헤르손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4일 남성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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