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붐으로 세계 각국이 인재 유치 경쟁에 나선 가운데 국외에서 근무하는 한국의 AI 인력이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AI 산업에서 인재 순유출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보상 수준이 낮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 AI 인력이 받는 임금 프리미엄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꼴찌'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 주최한 'AI 기반 성장과 혁신'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AI 전문인력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력 데이터 분석 기업인 레벨리오랩스가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 SNS인 링크트인을 기반으로 구축한 프로필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딥러닝 등 AI 기술을 보유한 인력은 약 5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2010년(약 2만7000명)보다는 2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그러나 미국(78만명), 영국(11만명), 프랑스(7만명) 등에 비하면 여전히 적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급 등 다른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국내에서 AI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들은 다른 공학 분야 근로자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임금을 6%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금 프리미엄은 주요국에 비해서 작다. 미국(25%)과 캐나다(18%), 영국·프랑스·호주(15%) 등은 AI 인력이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
분야별로 보면 한국에선 패턴 인식(17.9%), 뇌과학(15.8%), 신호 처리(11.8%), 클라우드(11.3%) 등에서 임금 프리미엄이 높았다. 반면 딥러닝, 머신러닝 기술의 임금 프리미엄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보고서는 "국내 임금 프리미엄이 가장 낮은 수준인 딥러닝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의 경우 해외 근무 확률이 가장 높게 추정됐다"며 "국내 노동시장이 고숙련 AI 인재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간 매년 국내로 유입되는 AI 인력보다 빠져나가는 인력이 더 많았다. 해외에서 근무하는 국내 AI 인력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기준 1만1000여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AI 인력의 16% 수준이다. 다른 분야 근로자에 비해 해외 근무 비중이 6%포인트가량 높았다.
해외 근무 국가 중에서는 미국이 6300여 명으로 가장 많았다. 캐나다와 싱가포르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세계 AI 산업을 주도하는 미국이 풍부한 일자리와 높은 처우로 국내 인재를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장은 "미국 등 해외 AI 인력 경쟁력이 더 우수한 면과 한국의 임금 경직성, 보상에 기반한 임금 체계가 잘 갖춰지지 못하는 특성 등이 뒤섞여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 한국이 국제 AI 인재 경쟁 면에서는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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