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본관 앞에 학교 쪽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규탄하는 학생들이 벗은 ‘과 점퍼’가 놓여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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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자대학교가 2029년을 목표로 ‘남녀공학 전환’을 공식화하자 동덕여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여대에서도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5일 에스엔에스(SNS) 엑스(옛 트위터)와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등을 보면, 이화여대·덕성여대·서울여대 등의 커뮤니티에서는 ‘교육부에 동덕여대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민원을 넣자’고 독려하는 이른바 ‘총공(총공격) 운동’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학생들은 ‘총공’에 참여하는 방법을 공유하는가 하면, 민원 취지에 찬성한다는 취지의 성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공학 전환 반대’에 연대하는 움직임은 주로 여러 여대의 페미니즘 동아리가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이 조리돌림의 대상이 되는 남녀공학과 달리 여대가 안전하게 ‘페미니스트’로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여대에 다니는 강아무개(22)씨는 “남녀공학에서 잇따라 여성학과와 여성학 수업이 폐지되고, 총여학생회도 사라져 얼마 남지 않았다”며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것 자체가 낙인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여대는 거의 유일하게 남은 ‘안전한 발화 공간’”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페미니즘 동아리 ‘래디’(RAD-E)도 “구조적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 속에서 여성이 안전을 보장받으며 교육의 주체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재학생인 이아무개(23)씨는 “여성에게도 기회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그게 꼭 결과적인 평등으로 가진 않는다”며 “남녀공학에서는 여전히 리더 역할이 남학생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고, 남성 중심 문화나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여대는 온전히 여성이 주체가 돼 자신의 잠재력을 시험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공학 전환’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화여대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3일 ‘익명의 졸업생’ 명의로 웹 대자보가 게시됐다. 이 졸업생은 “(동덕여대의 사안은) 학생의 반대 의견을 무시한 날치기 행정과 비민주적인 여론 조사, 그리고 공권력을 무기로 학생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까지 지난날의 이화가 겪었던 역사와 비통히도 닮아 있다”며 “그들의 아픔이 곧 우리의 과거이며, 미래에 재발할지도 모르는 우리의 아픔이다. 1년 동안 끝없는 싸움을 해오고 있는 동덕여대 학생들에 우리는 기꺼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적었다.
지난해 공학 전환을 둘러싸고 ‘래커 시위’ 등 첨예한 갈등 속에 빠졌던 동덕여대는, 김명애 총장이 지난 3일 ‘공학전환공론위원회’의 권고안을 근거로 공학 전환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긴장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산하 중앙운영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까지 공학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학생 총투표를 진행해 그 결과를 학교 쪽에 전달할 예정이다. 투표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학생 47%가 참여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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