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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포스코호 앞에 밀려오는 ‘퍼펙트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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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따른 안전사고도 문제지만…


    장인화 회장이 이끄는 포스코에 악재가 끊이질 않는다. 핵심 사업장인 포항제철소 근로자 인명사고가 잇따르는 데다 미국, 유럽연합(EU) 관세로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환율에 재무 부담이 커지면서 회사 안팎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매경이코노미

    미국, EU 관세 부담이 커진 데다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포스코 안팎이 뒤숭숭한 모습이다. 사진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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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포항제철소 인명사고

    안전관리 시스템 도마 위 올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최근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야외 배수로 근처에서 슬러지(찌꺼기) 청소 작업을 하던 작업자 3명이 유해가스를 마셔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 인명사고다. 앞서 3월에는 설비 끼임 사고로 자회사 근로자 1명이 숨졌고, 11월 5일에도 불산 누출 사고로 협력 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다. 인명사고가 수차례 반복돼 포스코의 안전관리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스코는 급기야 근로자 인명 피해 사고가 재발한 포항제철소의 이동렬 소장을 보직 해임했다. 후임 포항제철소장은 새로 선임하지 않고, 이희근 포스코 사장이 당분간 제철소장 업무를 겸임하며 대책 마련을 논의할 것이란 후문이다. 포항제철소장은 전무~사장급 인사가 주로 맡는 포스코의 핵심 보직이다. 이동렬 소장은 올 1월 포항제철소장을 맡았는데 1년도 채 안 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또한 포스코그룹은 그룹 안전 전문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의 유인종 대표를 그룹 회장 직속 그룹안전특별진단TF팀장으로 선임했다. 포스코는 올 들어 건설 계열사 포스코이앤씨와 포스코 주요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7월 안전관리 전문 회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스위스의 글로벌 안전 전문 컨설팅사 SGS 등과 협력해, 올 9월 안전관리 전문 자회사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했다. 유 대표는 삼성물산 안전기술팀장, 쿠팡 안전 부문 부사장을 역임한 재계 안전 전문가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유 대표가 앞으로 안전특별진단TF를 이끌며 그룹 내 안전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주도한다지만, 뒤늦은 조치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를 둘러싼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글로벌 철강 업황 침체에 미국 관세 폭탄,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

    한미 관세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지만 가장 시급한 현안 중 하나였던 철강 관세 문제는 아예 양국 협의 사항에서 제외됐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철강, 알루미늄 수입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해왔다. 관세 폭탄 여파로 포스코의 미국 수출 물량이 급감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0월 국내 철강 수출량은 218만9490t으로 전년 동기(246만8922t) 대비 11.3%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9월(-19.1%)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미국뿐 아니라 EU까지 칼을 빼들었다. 자국 내 철강 업체 보호를 위해 기존 철강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대체할 새로운 저율할당관세(TRQ) 제도 도입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기존 수입 쿼터가 3053만t에서 1830만t으로 47% 축소되는 동시에, 쿼터 초과 물량에 대해선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스코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미국, 유럽을 대체할 국가로 수출을 늘리겠다는 심산이지만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중동 국가를 눈여겨보지만, 한국과 베트남으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중국 철강 업체가 공격적인 수출 전략을 취해 경쟁이 한층 심화됐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입장에선 쿼터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유럽 시장 내 수익성이 낮은 고객사 물량을 다른 지역으로 판매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장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귀띔했다.

    매경이코노미

    EU 탄소국경조정제도 변수

    고환율로 원가 부담 커져

    내년이 더 문제다. EU는 내년부터 탄소 배출량에 따라 배출권 구매를 의무화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하기로 해 포스코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높아진 관세에 탄소비용까지 더해야 하는 ‘이중고’가 현실화됐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CBAM은 철강, 시멘트 등 고탄소 제품을 EU로 수출할 때 제품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이 시행되면 국내 철강 기업은 탄소 배출량을 산정해 보고하고, 그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를 구매해 유럽 수입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CBAM 인증서 가격은 유럽 탄소배출권(ETS) 시장 가격에 연동된다.

    이 역시 최대 피해자는 포스코가 될 전망이다. 포스코의 유럽 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15% 수준이다.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커 CBAM 시행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포스코는 고로 중심의 공정 구조라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점도 변수다. 지난해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107만t으로 국내 전체 산업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같은 기간 조강 생산량이 3504만t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철강 1t을 생산할 때마다 약 2t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는 의미다.

    EU 탄소 가격이 10월 기준 t당 78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는 t당 약 2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만큼 t당 156유로 수준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포스코의 유럽 조강 수출량이 연간 300만t 수준이라 약 4억6800만유로(7900억원)의 탄소비용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포스코 영업이익(1조7321억원)의 40%가량을 배출권 구매에 사용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포스코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남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t 규모의 전기로를 가동해 탄소 배출량이 많은 고로를 대체할 계획이다. 고로 공정에서도 대체 원료를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수소환원제철은 용광로에 석탄을 가열해 만든 일산화탄소로 쇳물을 생산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수소를 이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이 발생해 탄소 배출이 없다. 포스코는 최근 수소환원제철을 실증 중이지만 상용화 시점까진 10년 이상 소요될 전망이라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환율도 무시 못 할 변수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자 포스코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철강 업계는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 원재료를 주로 수입한다. 수입비용이 늘면 원가 부담이 커지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철강 수요까지 위축돼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 이 여파로 포스코 실적 전망도 불안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7321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5%가량 줄었다. 올 들어서도 미국, EU 관세 부담으로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

    박성봉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4분기 내수 부진 영향으로 포스코의 철강 판매는 800만t에 그칠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지만 내수 부진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정부가 ‘K스틸법(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 법안)’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같은 탈탄소 철강 기술을 ‘녹색철강기술’로 지정하고 기술 개발, 투자에 대한 보조금, 융자, 세금 감면, 생산비용 지원에 나서기로 했지만 당장 철강 업계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래저래 장인화 회장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7호 (2025.12.03~12.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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