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일
레베카 스테드의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찰리북)은 지그소 퍼즐을 닮았다. 독자는 총 55개로 이뤄진 이야기의 조각들을 적당한 자리에 하나하나 맞춰가며 전체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작가는 영리하게도 책의 맨 앞에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불가사의한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완성될 그림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더 자아낸다.
이야기의 배경은 1970년대 말 뉴욕 맨해튼. 싱글맘인 엄마와 둘이서 작은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미란다의 일상은 평온하다. 그러나 어느 날, 마치 그녀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듯 여겨지는 누군가로부터 쪽지가 도착하면서 미란다의 삶은 완전히 바뀐다. 그 쪽지는 오직 미란다만이 해독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메시지로 가득하고, 심지어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을 예견하기도 한다.
쪽지의 수수께끼를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미란다는 자기 삶의 여러 요소가 좀처럼 상상할 수 없었던 방식으로 연결됨을 깨닫는다. 친구, 가족,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진 물건이. 자신이 늘 읽는 책(매들렌 렝글의 ‘시간의 주름’)이. 그리고 기행을 일삼는 거리의 남자가.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가는 발견의 여정은 무척 흥미진진하다.
뉴욕 출신으로 한때 변호사였으나 작가로 전향한 스테드는 작중 인물과 공간이 상당 부분 어린 시절 경험으로부터 왔음을 밝힌 바 있다. 그래선지 학교 앞 샌드위치 가게 주인 지미나 엄마의 연인인 리처드 아저씨, 인정 많은 이웃 루이자 아줌마 등 한번 접하면 좀체 잊히지 않는 인상적인 인물이 많다.
친숙한 현실 세계에 이질적인 공상의 단편(斷片)을 자연스럽게 편입시키는 데 성공한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은 일찌감치 차세대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2009년 출간된 이 책은 이듬해인 2010년 뉴베리 메달 수상작일 뿐만 아니라 ‘스쿨 라이브러리 저널’이 2012년 선정한 ‘최고의 어린이 소설 100선’ 가운데 당당히 11위를 차지했다. 20위 내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21세기 작품이었다. 원제 When You Reach Me.
신승한 광운대 교수·영미문학 |
[신승한, 광운대 교수·영미문학]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