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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기자24시] HMM 매각 걸림돌 '부산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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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정지성 산업부 기자


    HMM 인수전이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1차 매각 불발 후 2년 만에 동원그룹이 재도전 의사를 내비치며 시장이 들썩인다. 몸값이 최대 10조원으로 뛰었지만 동원의 선공에 포스코, HD현대, 한화 등 잠재 후보군도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정치'다.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HMM 본사의 부산 이전 논란은 모처럼 달궈진 인수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 균형 발전과 북극항로 거점 육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새 주인이 될 기업들에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독이 든 성배'와 다름없다.

    글로벌 해운시장은 시시각각 변한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공룡은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으며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물류망을 선점하고 있다.

    반면 HMM은 주인 없는 과도기 체제에서 과감한 투자는커녕 정치 논리에 휘둘려 표류 중이다. 노조마저 부산 이전에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10조원을 베팅하고 노사 갈등이라는 폭탄까지 떠안으려 하겠는가.

    우리는 이미 2년 전 매각 실패의 교훈을 알고 있다. 당시 표면적인 결렬 사유는 가격 이견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사건건 경영에 간섭하려는 '관치(官治)' 논란과 매각 측의 과도한 개입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도 상황은 판박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경영 간섭' 대신 '부산 이전'이라는 더 무거운 정치적 청구서가 매각의 전제 조건으로 붙었다는 점뿐이다.

    지금 HMM에 필요한 건 '부산행 티켓'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줄 '민간 오너십'이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번에야말로 정치적 셈법을 철저히 배제하고 오직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원칙에 따라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또다시 정치 놀음으로 허송세월한다면 HMM 매각은 영원히 표류할지도 모른다. 정부는 더 이상 HMM을 정치의 볼모로 잡지 말고 제값 받고 제대로 키워줄 주인에게 넘겨야 한다. 그것이 한국 해운업을 살리는 길이다.

    [정지성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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