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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퇴직경찰 몰리는 로펌···인사처는 연일 '퇴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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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취업심사 받은 31% "희망"

    수사정보 접근·공정성 훼손 우려

    내부서도 "조직 안정성에 위협"

    인사처, 취업제한 등 비율 높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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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들어 퇴직 경찰관 10명 중 3명은 로펌행을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추진 등 형사사법 구조 개편 속에서 경찰 권한이 커지는 가운데, 수사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워 법률시장으로 진입하려는 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경찰의 로펌행이 수사 공정성과 공직윤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인사혁신처가 심사 잣대를 강화하며 제동에 나서고 있다.

    7일 서울경제신문이 인사혁신처의 퇴직 공직자 취업심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취업심사를 받은 경찰관 103명 중 32명(31%)이 법무법인 또는 기업 법무팀으로의 취업을 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희망 기관은 김앤장·광장·율촌·화우·태평양 등 국내 주요 로펌이 대다수였으며, 일부는 대기업 법무팀 고문이나 준법지원인, 사외이사 등 상근 자문직을 희망했다. 그러나 31명 중 71%(22명)가 업무 연관성과 이해충돌 우려 등을 이유로 인사혁신처로부터 취업이 불승인되거나 취업제한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제



    경찰의 로펌행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던 2020년 이후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252명 중 10명(4%)뿐이었던 법무법인 취업 신청 경찰관은 2021년 195명 중 45명(25%), 2022년 109명 중 47명(45%), 2023년 122명 중 54명(44.2%)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81명 중 27명(33.3%)으로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올해는 11월까지만 31명이 로펌행을 희망해 이미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었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경찰 권한이 커지는 만큼 수사 실무 노하우를 가진 경찰관 영입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대가 ‘로펌 사다리’로 전락한 것이 이러한 사태를 불러 일으켰다는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2025학년도 전국 25개 로스쿨 중 22곳의 합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경찰대 출신 합격자는 81명에 달했다. 경찰대 재학 중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거나, 졸업 후 장기 복무 대신 변호사 자격 취득을 목표로 경력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경찰대-로스쿨-로펌’이라는 새로운 경력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최근 대입 수험생들 사이에선 경찰대가 ‘대형로펌 취업의 보증수표’로 여겨지고 있을 정도다. 최근 입시 관련 각종 SNS에는 ‘경찰대와 다른 대학교에 합격했다’는 글에 “의무복무 후 로스쿨에 가서 대형 로펌에 갈 수 있는데 무슨 고민이냐”는 글이 달리기도 했다.

    강력사건과 조직범죄, 금융범죄, 사이버수사 등 각종 민감한 수사기록과 정보에 직접 접근해 왔던 경찰관이 로펌으로 이동할 경우 수사기밀 유출·사건 당사자 접촉 가능성 등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중요한 수사 내부 정보에 대해 접근성이 높고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에서도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취업을 불승인한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직접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이 수사 정보와 인맥을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같은 로펌으로의 인력 이탈이 조직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히 스펙 쌓기용으로 경찰에 지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수사 연속성도 저하되고 장기적인 경찰 조직 운영과 안정성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가 잇따르면서 취업 심사를 담당하는 인사혁신처는 경찰청과 협의해 취업 심사 기준을 더욱 까다롭게 설정하는 한편 취업불승인 및 취업제한을 비율을 높이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이유진 기자 re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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