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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신문과 놀자!/풀어쓰는 한자성어]斷腸(단장)(끊을 단, 창자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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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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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래: 중국 후한(後漢) 말부터 동진(東晉) 말까지 명사들의 일화를 기록한 세설신어(世說新語) 출면(黜免)편에서 유래한 성어입니다. 동진시대의 장군이었던 환온(桓溫)이 군사를 이끌고 성한(成漢)을 정벌하기 위해 양자강의 삼협(三峽)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삼협은 물살이 빠르고 험준해 배가 천천히 움직이는 곳이었습니다. 이때 군선의 한 병사가 강가의 절벽에 매달려 있던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 배에 태웠습니다. 새끼를 잃은 어미 원숭이는 슬피 울부짖으며 강변을 따라 백여 리를 필사적으로 쫓아왔습니다. 결국 기진맥진한 어미 원숭이는 배가 잠시 강변에 닿았을 때 있는 힘을 다해 뛰어올랐으나 힘이 다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병사들이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자, 창자가 마디마디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습니다(腸皆寸寸斷). 이 사실을 알게 된 환온은 크게 노해 “어미와 자식을 억지로 갈라놓아 단장(斷腸)의 슬픔을 겪게 했다”며 새끼 원숭이를 잡은 병사를 즉시 파면시켰다고 합니다.

    ● 생각거리: 단장(斷腸)의 고사는 짐승인 원숭이조차 새끼를 잃어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죽을 정도의 슬픔과 고통을 겪었음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인간의 이성이나 지식으로는 온전히 헤아릴 수 없는 원초적인 비통함과 본능적인 모성애를 보여줍니다. 이 성어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견디기 힘든 상실의 고통을 극적으로 전달합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힘이 신체까지 상하게 할 정도로 크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애끓는 비극에 깊이 공감하는 마음이야말로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가장 근본적인 도리임을 되새기게 합니다.

    한상조 전 청담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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