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벌어지면 철도 물류 마비 우려도
8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승객들이 KTX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수서역 SRT의 좌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 통합해 내년 3월부터 서울발 KTX와 수서발 SRT 교차 운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20량, 955석 규모로 SRT보다 좌석수가 많은 KTX-1 차량을 수서역에 투입해 운행하고, SRT 열차도 서울역 출발을 하는 등 기·종점 구분없이 교차 투입하는 방식이다. 2025.12.08. 서울=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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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내년까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 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좌석 수를 늘리고 중복 비용을 절감하는 등 통합에 따른 이득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잦은 안전사고와 철도 공기업의 부채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은채 물리적 통합만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파업 등 노사갈등이 벌어질 때 전체 철도 물류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일 좌석 1만6000석 증가”vs“시범 운영해 효과 검증해야”
국토교통부는 좌석 부족 문제를 코레일과 SR을 통합해야 하는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통합을 통해 고속철도 운행 횟수를 늘리고, 기점과 종점 구분 없이 서울역과 수서역을 자유롭게 운행해 수요를 분산하는 등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21년 국토부가 발주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통합할 경우 연간 중복 비용 최대 406억 원을 절감할 수 있다.
당장 내년 3월부터는 KTX·SRT 교차운행을 통해 수서역에 총 955석(20량) 규모의 KTX-1 열차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열차는 총 410석(10량)인 SRT보다 좌석이 2배 이상 많다. 코레일은 통합 이후 고속철도 좌석이 하루에 1만6000석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하루 좌석 수(KTX 20만 석 이상, SRT 5만5000석)보다 약 6% 증가하는 셈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관계자는 “고속 열차를 모두 합쳐 운행 계획을 작성할 때 하루에 1만6000석이라는 좌석 증가 효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기관 통합에 반대하는 SR 측은 “우선 시범운영을 통해 실제 효과가 있는지 비교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 차량 투입, 병목구간인 평택~오송 구간 복복선화 등 좌석 부족을 해소할 방안이 이미 추진 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코레일과 SR 통합이 실제 이용객인 국민들에게 미칠 영향이 큰 데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결론이 정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코레일과 SR 통합 관련 공식 간담회는 코레일과 SR, 국토부, 관련 전문가만 참여한 가운데 3차례 개최됐다. 국토부는 운임, 마일리지, 회원제 등 서비스 조정 방안 및 안전체계 일원화 등에 대해서는 별도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철도산업 구조개혁 함께 추진해야” 지적
10년 전 경쟁체제 도입의 이유였던 막대한 부채와 잦은 안전사고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20년 242.1%에서 지난해 265.4%까지 오르는 등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SR 부채비율은 지난해 173%였다. 하지만 코레일 직원 수는 3만 명에 육박하고, SR 직원 700명이 더해지면 조직 규모는 더 커진다. 김주영 한국교통대 교통정책학과 교수는 “10년 동안 SR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검증도 없이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안전과 직결되는 유지보수 업무는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8월 청도에서 선로 작업 도중 사고로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박진 KDI국제대학원 교수는 “과도한 인력 채용, 비효율적인 인력 배치 등의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며 “통합하더라도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해 유지보수와 물류 등 기능별 역할을 명확히 하는 등 효율화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개의 회사로 통합될 경우 파업 등으로 전국 물류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코레일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철도노조가, SR은 상급단체 없는 노동조합이 있다. 현재는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SRT는 그대로 운영되지만, 통합 이후에는 모든 고속철도가 멈출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만경영이나 파업에 따른 불편 등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정교하게 짜겠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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