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재에도 재충돌, 캄보디아 민간인 최소 9명 사망
태국 측 "군인 3명 사망…주권 확보할 때까지 공격 계속"
10월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 계기 캄보디아와 태국 간 휴전 협정 서명식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왼쪽부터),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정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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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캄보디아의 무력 충돌이 국경을 따라 확산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자국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로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거란 우려가 커진다. 앞서 양국의 휴전을 중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 없이 양국에 휴전협정 '완전 준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BBC 등에 따르면 태국군 당국은 이날 국경 5개 주에서 캄보디아군과의 교전이 발생했다며 전날부터 이어진 무력 충돌로 태국군 최소 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태국군은 이날 오전 캄보디아군이 동부 뜨랏주 해안으로 침입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들을 제압하기 위한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캄보디아군은 대포, 로켓 발사기, 폭탄 투하 드론(무인기) 등을 사용해 태국군을 공격했다"며 "태국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로 결심했고, 이에 따라 필요한 군사 조처를 했다"고 전했다.
태국 외교부는 캄보디아가 지난 10월에 체결한 휴전 협정을 위반했다며 "캄보디아를 상대로 한 군사 작전은 태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확보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역시 "영토를 지키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캄보디아와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의 공격이 민간인을 겨냥했다고 주장했다. 태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태국군은 국제법을 준수해 민간인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군사 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캄보디아는 무고한 민간인, 민간시설, 의료시설을 계속 공격하며 국민 사이에 혼란과 공포를 조성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레아비히어주에서 한 캄보디아 가족이 트랙터를 타고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가 공격을 주고받으며 서로 먼저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재했던 양국 간 휴전 합의가 무산됐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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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이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침략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태국 측의 주장에 반박하며 태국군의 공격으로 여행객 2명을 포함해 민간인 최소 9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다쳤다고 지적했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의 아버지이자 38년 동안 장기 집권한 훈 센 전 총리(현 캄보디아 상원의장)는 SNS(소셜미디어) 페이스북에 "캄보디아는 평화를 원하지만, 영토를 방어하기 위해 반격할 수밖에 없다"며 캄보디아가 휴전 협정을 존중하고, 민간인 대피를 위해 (태국군의 공격 후) 24시간 뒤인 전날 밤 태국군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고 적었다.
전날 새벽부터 본격화한 이번 충돌은 최소 48명이 사망하고 30만명이 대피했던 지난 7월 교전 이후 가장 격렬한 충돌로 평가된다. 국제사회는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비화할 것을 우려하며 양국에 충돌 중단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양국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휴전 협정을 재차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별다른 조치 없이 양국의 협정 이행 준수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는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폭력 사태를 중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양국 정부가 이 분쟁을 끝내기 위한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태국과 캄보디아에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미국과의 관세 인하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며 휴전 합의를 끌어냈다. 이후 양국은 10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휴전 협정을 체결했지만, 갈등과 충돌은 계속됐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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