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적은 1월의 뇌 ‘쌩쌩’
‘모든 것 할 수 있다’ 생각 강해
12월엔 ‘마무리 강박’에 압박
뇌에 속지 말고 계획 쪼개야
뇌가 기억하는 시간의 길이는 새로운 경험의 양과 비례한다. 물리적으로는 같은 24시간의 하루를 보내도 여름휴가 중에 여행을 가서 여러 곳을 다녔던 날은 하루가 길게 느껴지지만, 늘 다니던 학교나 직장에서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일 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면, 늘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새로 경험한 것들이 뇌에 거의 쌓이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만약 연초에 계획했던 것처럼 새로운 일들을 많이 시작하고 해냈다면 일 년의 시간을 훨씬 길게 썼을 수 있다는 얘기다.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
우리는 왜 연초에 세운 계획을 뜻한 대로 다 실행하지 못할까? 올해는 운동을 시작하자고, 다이어트를 해내자고, 새로운 외국어를 공부해 보자고, 꾸준히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보자고 분명히 다짐했지만, 왜 연말이 되면 “분명 이것저것 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제대로 못 했네” 하면서 좌절하고 우울해하는 것일까?
먼저 뇌가 일 년의 계획을 세우는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계획을 세우는 일은 우리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 영역에서 맡아서 한다. 그런데 전두엽이 연초에 세우는 계획은 많은 경우 변연계(Limbic System)의 작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전두엽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강하지만, 변연계는 단기적 보상과 단기적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두엽이 만들어낸, 생각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제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신체적 생리적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현실 속의 몸은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무엇보다 1월의 뇌와 12월의 뇌는 상태가 다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연말·연초에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를 다 쉬고 난 1월의 뇌는 스트레스가 적고, 도파민의 분비량이 평소보다 많아 동기 부여가 잘된 상태라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12월의 뇌는 한 해에 하기로 했던 많은 것들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바쁜 상황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올해도 하려던 것들을 못 했네’라고 의기소침해 있어서 도파민 분비량이 평소보다 적고 무기력한 경우가 많다.
‘시간경계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뇌는 1년, 또는 1달처럼 눈에 보이는 하나의 시간적 경계가 지나면 일종의 신경학적 리셋 버튼을 누른 것처럼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가 다르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12월이 다 지나가고 1월이 되어 새해가 밝으면, 뇌는 시간경계 효과로 인해 일종의 경계의 칸막이를 치고 내가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뇌 입장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다. 그리고 시간경계 효과를 통해 계속해서 그렇게 나누려 시도한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치는 어떤 시간 경계를 지난다고 갑자기 좋아지거나 나빠질 리가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나’는 내 뇌의 상상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연초에 마음먹은 일들을 연말까지 잘 실행해 낼 수 있을까?
먼저, 나의 뇌에 속지 말고, 뇌는 항상 미래 가능성은 과대평가, 그리고 미래 스트레스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둘째, ‘미래의 나’에게 더 많이 공감하는 것을 연습하자. 뇌는 어떤 시간경계를 발견할 때마다 ‘현재의 나’를 최대한 보호하고, ‘미래의 나’에게 일을 떠넘기려 한다.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더 잘할 거야.”라고 1월의 뇌는 2월의 뇌에, 2월의 뇌는 3월의 뇌에 떠넘기기 시작하면, 매년 12월의 뇌는 좌절과 우울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나’에게 더 많이 공감해 주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은 당장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나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시간과 계획들을 더 자잘하게 쪼개고, 매번 새롭게 시작하듯이 꾸준히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해 시간경계 효과를 역이용하는 것도 좋다. 내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능력치들을 일 년 단위가 아니라 매일 하루하루 꾸준히 키워 가면 ‘미래의 나’가 정말로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이 연말에 좌절하지 않고, 연초에 뜻한 일들을 모두 꼭 이루어 낼 수 있기를!
장동선 궁금한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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