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도 '반성파', '버티기파'로 갈려
"친윤, 尹과 동고동락한 관계 아냐"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표명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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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더불어민주당을 전두환에 빗대며 "윤석열 대통령을 이해한다"고 했던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정치권의 진영논리와 흑백논리를 이유로 들었지만, 당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 당시 막강한 위세를 떨친 친윤석열계의 각자도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계기라는 평가가 많다.
인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1년 반 동안의 의정활동을 마무리하고 국회의원직을 떠나 본업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희생 없이는 변화가 없다"며 "저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본업에 복귀해 국민 통합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영 논리만을 따라가는 정치 행보가 국민을 힘들게 하고 국가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흑백 논리와 진영 논리는 벗어나야지만 국민 통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계엄 반성이나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윤석열 정부의 계엄 이후 지난 1년간 이어진 불행한 일들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일"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의사 출신인 인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2023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아 정치에 입문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나라님"이라고 말해, 수직적 당정관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계엄 이후인 지난 2월 방송 인터뷰에선 "국회에서 6개월 동안 전두환보다 더 한 (민주당의) 정치를 봤다"며 "그래서 가슴으로 윤 대통령을 이해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평소 의정활동에 회의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고 하지만, 지도부도 인 의원의 사퇴 의사를 최근에야 인지했다는 후문이다. 인 의원의 사퇴 선언으로 비례대표 다음 순번인 이소희 변호사가 의원직을 승계한다.
인 의원의 쓸쓸한 퇴장은 지난 1년 동안 친윤계의 형해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윤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 직후만 해도 관저에 몰려가 똘똘 뭉쳤던 것과 달리, 친윤계 의원들이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 등을 의식해 각자 제 갈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친윤계는 현재 '반성파'와 '버티기파'로 나뉘었다. '원조 친윤' 윤한홍 의원이 지난 5일 당 공개회의에서 장 대표를 향해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친윤계 핵심인 권영세 의원도 "야당의 입법 독재와 폭주가 아무리 심각했다 하더라도, 계엄 선포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머리를 숙였다. 김은혜 이상휘 신동욱 의원 등도 기자회견, 초재선 사과문, 방송 등을 통해 사과 의사를 밝혔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의원들도 있다. 이철규·윤상현 의원과 '윤 전 대통령의 술친구'로 알려진 박성민 의원, 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나경원 의원 등은 계엄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른바 '윤심' 후보로 지목돼 당대표에 선출된 김기현 의원의 경우, 배우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한 사실이 드러나 특검 조사를 받았다. '원조 윤핵관' 권성동 의원은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내에서도 친윤계의 형해화는 수순으로 본다. 윤 전 대통령이 정치 이력 없이 대선후보로 직행한 터라 의원들과의 정치적 인연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윤핵관이란 위세를 떨친 장제원 전 의원, 정진석 전 비서실장도 윤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당선 1년 전인 2021년부터 시작됐다는 게 친윤계 설명이다. 한 친윤계 의원은 "우리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정권 탈환을 위해 모였을 뿐, 윤 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동고동락하는 등의 인연이 없다"고 말했다. 보수 정권 창출을 위해 모였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석에서도 별도로 만나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사과 없이 버티는 의원들도 계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다만 지역구 상황 등을 고려해 공개 사과를 망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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