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오 "하마스 하수인 됐다"
"전례 없고 부당한 조치" 반발
올해 2월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난민 캠프인 칼란디아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 산하 직업 훈련 센터 정문 밖에 한 소년이 서 있다. 칼란디아=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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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에 테러 관련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미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UNRWA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가자지구 난민 구호 활동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로이터 통신은 10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UNRWA를 '외국 테러 조직(FTO)'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포함한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UNRWA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계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유형의 제재를 가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24년 1월 이스라엘이 UNRWA 직원들이 하마스에 가담했다고 주장한 이후부터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0월 "UNRWA는 하마스의 하수인이 됐다"고 비난한 바 있다. 국무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UNRWA는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방조한 전력이 입증된 부패한 조직"이라고 언급했다.
가자지구 중부 디르 알발라 서쪽에 위치한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합동학교 운동장에 6일 팔레스타인 난민 어린이들이 모여 있다. 디르 알발라=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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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RWA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레바논, 요르단, 시리아 등에 퍼져 있는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에게 구호품과 교육, 의료, 사회 서비스 및 주거를 제공하는 유엔 산하 기구로, 1949년에 창설됐다. 유엔에서는 UNRWA가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분쟁에서 구호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만약 미국이 UNRWA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경우 UNRWA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 수십 곳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미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UNRWA가 재정적으로 심각하게 고립될 확률도 높아진다. 지금까지 미국 국무부의 테러 조직 지정은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처럼 민간인을 살해하는 테러 단체에 적용돼 왔다.
UNRWA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윌리엄 디어 UNRWA 워싱턴 사무소 소장은 "실제로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면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그런 조치는 전례가 없을뿐더러 부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1월 이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를 포함한 4개의 독립 기관이 UNRWA의 중립성을 조사했지만, 모두 UNRWA가 필수불가결하고 중립적인 인도주의 단체라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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