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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BJ에 100만원 후원하면서…“기초연금 탐나” 母 살해 [그해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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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 전인 2023년 10월 발생한 사건

    돈 노리고 70대 의붓어머니 살해·유기

    경륜·인터넷 방송 후원 등으로 빚 쌓여

    주민센터 실종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재판부, 징역 35년 선고 “죄책 무거워”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2년 전인 2023년 12월 12일. 재산을 노리고 자신을 20년 넘게 키워준 의붓어머니를 살해해 암매장한 4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은 그로부터 두 달 전인 10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40대 남성 A씨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70대 의붓어머니 B씨의 집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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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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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씨는 친누나의 장애인 연금 통장과 B씨의 기초연금 통장 등을 가져가려 하다 B씨와 다투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B씨를 목 졸라 살해했다. 그리고 A씨는 B씨의 시신을 경북 예천의 한 하천 갈대밭 주변에 암매장했다. 범행 이후 A씨는 뺏은 통장에서 연금 165만원을 인출해 사용했다.

    예천은 B씨의 전 남편이자 A씨 친아버지의 고향으로, A씨는 B씨가 사별한 남편의 고향에 내려갔다가 변을 당한 것처럼 현장을 연출했다. 20여년 전 B씨와 재혼했던 A씨의 부친은 2022년 4월 사망했다.

    A씨가 다녀간 이후 B씨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주민센터는 “관리하는 독거노인이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를 진행하던 경찰은 B씨 주거지 부근에 설치된 방범용 CCTV를 확인하고 A씨를 탐문하기 시작했다. CCTV 영상에 A씨의 범행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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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40대 남성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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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된 CCTV 영상에는 A씨가 B씨의 시신이 들어있는 커다란 고무통을 굴리며 차량에 싣는 장면이 찍혔다. 특히 A씨 차량에는 혈흔에 반응해 푸른빛을 발하는 루미놀 발광 반응이 나타났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을 확신하고 경기 수원시 한 숙박업소에서 그를 체포했다. 이날은 사건이 발생한 지 약 한 달 만인 11월 17일이었다. 경찰에 붙잡힌 A씨는 결국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A씨는 자신을 20년 넘게 키워준 의붓어머니를 왜 이토록 잔혹하게 살해한 것일까.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B씨는 치매를 앓으며 혼자 거주하고 있었는데, 남편의 사망 이후 기초연금 32만원과 의붓딸의 장애인 연금 등 총 88만원으로 생활해왔다. A씨는 이 연금들을 호시탐탐 노려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빚도 문제였다. 강도살인죄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았던 A씨는 2023년 4월부터 실직 상태였다. 그는 매달 경정과 경륜에 약 300만원을, 인터넷 개인 방송 BJ에 후원금으로 약 1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와 휴대폰 요금도 내지 못한 A씨의 채무는 약 2255만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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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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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A씨는 B씨가 사망할 경우 자신이 모든 재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의 허위 유언장도 작성하고, B씨가 살고 있는 집에 임대차 보증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강도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는 “의붓 어머니랑 다투다 우발적으로 살인했다”, “의붓어머니가 자신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어머니인 피해자를 경제적인 이유로 살해하고 시체를 은닉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은 생명을 수단으로 삼는 범죄여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를 볼 때 죄책이 더욱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계획 살인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데다 범행 수법이 다른 사건에 비해 매우 잔혹하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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