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1위서 4위로 내려왔지만
전이성 위암은 수술 난도 높아
최성일 교수는 “유전자 검사와 정밀 항암이 수술 성과를 높인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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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은 한때 남녀를 합쳐 발생 1위인 국민암이었다. 지금은 국가 검진과 헬리코박터 제균 덕에 4위로 내려왔다. 폐·유방·전립샘암 같은 이른바 서구형 암이 올라오는 추세다. 그렇다고 위암이 덜 위험해진 건 아니다. 위암 수술만 1500례 이상 집도해 온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최성일 교수는 “위암 양상도 서구형으로 바뀌며 더 까다로운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봤다. ‘명의에게 듣는다’ 위암 편. 20여 년간 치료 발전을 이끌어 온 최 교수에게 위암의 현주소를 들었다.
Q :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A : “예전엔 위의 아래쪽, 출구에 가까운 하부에 암이 많았다면 요즘은 식도와 위 경계부인 상부암이 늘고 있다. 20~40대 젊은 위암, 내시경에서도 잘 안 보이는 제4형 위암도 증가한다. 조기 위암만 떼 놓고 보면 정복한 병이지만 전이성 위암은 여전히 난제다.”
Q : 수술이 더 까다로워졌나.
A : “위 상부는 음식이 잠시 머무는 풍선 같은 저장고, 아래쪽은 음식물을 갈아주는 맷돌 같은 두꺼운 구조다. 아래쪽을 일부 절제해도 상부가 남아 있으면 식생활에 큰 불편이 없지만, 상부를 자르면 식도와 연결된 괄약근이 사라져 저장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조기 상부 위암에서는 위 기능을 보존하는 복잡한 재건술을 쓴다. 음식이 지나는 길을 이중으로 만들고, 식도-위 연결부에 인공 밸브를 만들어 역류를 막는다. 진행성 위암은 위 주변은 물론 췌장 앞뒤 혈관 주변까지 림프샘을 광범위하게 제거해야 한다. 수술 한 번에 30~60개의 림프샘(표준은 15개 이상)을 절제한다. 절제 범위와 연결(문합) 방식, 림프샘 제거 깊이, 췌장 주변 박리 등 의사의 판단이 개입되는 지점이 많다. 그만큼 수술 난도가 높아진 셈이다.”
Q : 수술법 선택 기준은.
A : “조기 위암과 상당수 진행성 위암은 복강경 수술이 표준이다. 상처·통증·회복이 부담이 적다. 로봇 수술은 미세 조작과 고해상도 시야를 갖춰 실제 손으로 만지며 하는 수술 환경에 가장 가깝다. 췌장·비장 주변이나 큰 혈관 근처 림프샘을 박리해야 하는 난도 높은 경우에 강점을 보인다. 암이 위벽을 뚫고 나가 췌장·간까지 침범해 광범위한 절제가 필요하면 아직은 개복이 안전하다. 복강경·로봇으로도 못 할 건 없지만 수술 시간이 길어져 환자에게 무리가 된다.”
Q : 전이성 위암 치료 동향은.
A : “항암이 주된 치료다. 무리하게 수술하면 항암 시작이 늦어져 암이 더 진행한다. 암이 십이지장이나 유문부를 막아 먹지 못하거나 출혈이 심하면 위와 소장을 바로 연결하거나 피가 나는 부위만 떼는 샛길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항암을 잘 버티게 도와주는 게 목표다. 복막 전이 환자들을 대상으로는 8개 병원이 복강 내 항암 치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고용량 항암제를 복강에 직접 투여해 전신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높이려는 시도다. 아주 진행된 환자 중에서도 2년 넘게 사신 분들이 있다.”
Q : 좋은 위암 수술이란.
A : “환자의 병기와 나이에 맞춰 필요한 만큼만 정확히 하는 것이다. 배를 열면 큰일 난다는 인식은 내려놓아도 된다. 국가 검진으로 2년마다 내시경만 잘 받아도 대부분 위암은 조기에 잡는다. 요즘은 복강경·로봇 수술이 보편화해 수술 다음 날 걷고, 5일 안에 퇴원한다. 강동경희대병원은 모든 환자를 다학제로 본다. 영상의학과·종양내과·병리과·핵의학과 교수가 한자리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치료 계획을 설명한다. 새로운 치료 옵션과 필요 검사 등을 전문가들이 빈틈없이 논의한다. 외래를 4~5번 오가는 불편과 중복 검사를 줄이고, 당일 진료 후 일주일 내 검사·수술 일정을 잡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신속·정밀진료가 위암 적정성 평가 1등급으로 이어졌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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