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국가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을 책임지는 수장이 현안을 꿰뚫지 못하고 겉도는 답을 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를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중계 석상에서 피감 기관장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방식은 곤란하다. 대통령의 거친 화법과 감정적 대응은 관료 사회를 얼어붙게 만들어, 대통령이 원하는 답만 내놓는 '예스맨'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 고위 공직자는 훈계와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잘못이 있다면 엄정한 인사와 시스템으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다. 더욱이 이 사장은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다. 이런 공개적인 망신 주기는 윤 정부 인사에 대한 퇴진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같은 날 새만금개발청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평가할 만하다. 이 대통령은 표를 의식해 새만금 개발에 대해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주민에 대한 '희망 고문'이라고 했다. 정치적 비난을 받더라도 정리할 것은 과감히 정리하자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 표 계산보다는 국가 재정의 효율성과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택하겠다는 의지다. 이것이야말로 이재명 정부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실용주의'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관료 군기 잡기 행사가 아니라, 꼬인 국정 매듭을 풀고 해법을 찾는 자리여야 한다. 새만금 보고에서 보여준 실용주의는 인상적이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 보고에서 보인 '감정적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관료를 몰아세우는 '군기 반장'이 아니라,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해 성과를 만들어내는 '유능한 조정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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