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부선 “지도부가 현실 부정”
다시 시작된 천막 농성 국민의힘 장동혁(가운데)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 송언석 원내대표, 장 대표, 신동욱 최고위원, 양향자 최고위원./남강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11.2%포인트(p) 뒤진다는 ARS(자동 응답) 방식 여론조사 결과가 15일 나왔다. ‘통일교 의혹’ 같은 정부·여당의 악재가 터졌는데도 여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두 자릿수로 벌어진 것이다. 장동혁 대표 측 인사들은 그간 “(면접원과 직접 문답이 이뤄지는) 전화 면접 조사에 비해 ARS 조사의 격차는 크지 않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전제도 깨지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당 지도부가 현실을 부정하면서, 민심과 정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 같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1~12일 진행된 리얼미터의 ARS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5.8%, 국민의힘은 34.6%였다. 이번 조사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으로 11일 사퇴한 이후에 이뤄졌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율은 오히려 지난주 대비 1.6%p 올랐고, 국민의힘은 2.4%p 떨어졌다.
‘장동혁 지도부’ 일부 인사는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양호한 ARS 방식 여론조사가 정확하다는 인식을 공유해 왔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한국갤럽 등 면접자 설문 방식으로 당 대표를 흔들려고 하느냐”고 했다. 전화 면접 방식의 한국갤럽 조사에선 국민의힘은 25% 안팎의 박스권에 넉 달째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ARS 방식의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두 자릿수 여야 지지율 격차가 나온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이 시점에 이 정도의 격차는 참패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
당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원조 친윤’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은 지난 5일 장 대표 면전에서 “(지금 국민의힘 상황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는 꼴”이라고 했다. 대구시장 출신인 권영진 의원도 “내일 당장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두 곳(대구시장·경북지사) 빼고 모두 진다”고 했다. 지난 8일엔 당내 최다선(6선) 주호영 의원이 “지금처럼 ‘윤(尹)어게인’ 냄새가 나는 방향은 맞지 않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대로라면 낙동강 전선마저 뚫리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처럼 부산시장(오거돈)·울산시장(송철호)·경남지사(김경수)를 모두 민주당에 내주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PK(부산·경남) 의원들은 16일 열리는 초선 의원 모임과, 유정복 인천시장이 참석하는 ‘지방선거 토론회’ 등에서 노선 변화 필요성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을 겨냥한 통일교 특검 도입을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조만간 개혁신당과 특검 법안을 공동 발의할 계획이다. 이를 지방선거 연대의 사전 단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면서도 장 대표는 이날 장예찬 전 최고위원을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했다. 앞서 국민소통위원장으로 김민수 최고위원을 발탁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윤어게인’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평가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장 대표가 당내 노선 변화 요구를 ‘윤어게인’ 인선으로 일축한 셈”이라고 했다. 당무감사위원회에선 조만간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에 대한 결론도 나올 예정이다.
국민의힘 당원 규모는 작년 비상계엄 직후 7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두 달여 동안 96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당 지도부 측은 “장 대표의 ‘당원 중심주의’가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해석했다. 반대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원 가입이 증가하는 통상적 현상”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김형원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