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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 트럼프' 카스트, 대통령 당선… 남미 휩쓴 우경화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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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불법이민 등 불안감 발판… 58% 득표, 유권자 압도적 지지
    아르헨·에콰도르 이어 우향우… 규제완화·시장친화 기대 공존

    14일(현지시간) 칠레 대선에서 강경보수파 후보인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59·공화당)가 승리했다. 외신들은 카스트가 범죄 증가와 이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발판 삼아 1990년 군사독재 종식 이후 가장 급격한 우경화를 이끌었다고 짚었다.

    로이터 및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카스트는 집권 좌파 후보인 자넷 자라(51·공산당)와의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58%를 득표해 당선이 확정됐다. 자라 후보는 42%를 득표했다. 이로써 칠레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 이후 4년 만에 보수정부를 맞게 됐다. 카스트의 취임일은 내년 3월11일이다. 이날 늦은 오후 카스트는 산티아고의 고급주택가 라스콘데스에 위치한 공화당 본부에서 "안보 없이는 평화가 없고, 평화 없이는 민주주의가 없으며, 민주주의 없이는 자유가 없다. 칠레는 범죄, 불안,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승리 연설을 했다. 다만 변화에는 인내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국가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매우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카스트가 내세운 공약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결을 같이한다. 그는 미국의 이민세관집행국(ICE)을 본떠 불법이민자들을 신속하게 구금 및 추방하기 위한 경찰력을 창설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국경 인근에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했다.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군대를 배치하고 공공지출을 대폭 삭감하겠다고도 했다. 9명의 자녀를 둔 카스트는 과거 낙태와 사후피임약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머니투데이

    14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왼쪽)가 부인 마리아 피아 아드리아솔라와 함께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산티아고(칠레)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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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는 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평가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조직범죄가 뿌리를 내리면서 강력범죄가 급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베네수엘라 등 해외로부터 갱단이 들어오며 최근 10년 동안 살인율이 2배 이상 높아졌다. 불법이민자 수는 2021년 이후 3배로 늘어 33만명에 달한다. '칠레를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구호를 본뜸)라고 쓰인 빨간 모자를 쓴 23세 학생은 로이터에 "나는 평화로운 칠레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평화롭게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칠레도 남미의 보수화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앞서 에콰도르의 다니엘 노보아,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가 우파 지도자로 집권에 성공했다. 지난 10월에는 볼리비아에서 중도성향의 로드리고 파스가 20년가량 지속된 사회주의 통치를 종식시켰다.

    그러나 카스트의 급진적 공약들은 의회의 벽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칠레 상원은 좌·우파가 동수로 나뉘어 있고 하원도 포퓰리즘 성향의 국민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여당이 밀어붙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 대다수 국민은 현행 낙태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카스트 당선인은 이날 조직범죄 등 문제에 대해 야당을 향해 "서로가 필요하다"며 협조를 구했고 이민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환영하는 나라"라면서 "단지 법을 지켜달라"며 합법 이민자를 차별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칠레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이자 리튬 주요 생산국이다. 결선투표 이전부터 차기 카스트정부 가능성이 커지면서 규제완화와 시장친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현지 증시와 페소화는 강세를 보여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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