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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기고] 비즈니스 아는 AI인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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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김의석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5년 기업 채용의 판이 바뀌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기업들의 채용 공고는 온통 '인공지능(AI) 개발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을 찾는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이들 스펙을 갖춘 인재에게는 갓 졸업한 전공자에게조차 상당한 수준의 대우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 열기는 차갑게 식었다. 정확히 말하면 인재를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다.

    최근 만난 많은 최고경영자들이 사석에서 토로한다. "비싼 돈 주고 AI 전문가들을 모셔왔는데, 정작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실제 대부분의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AI 모델 자체를 만드는 '연구자'가 아니라 이미 지능화된 AI 모델을 비즈니스 현장에 접목하여 성과를 내는 '운용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핫한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팰런티어가 고객사에 AI 시스템을 적용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일은 실제 고객사의 공장과 주요 부서에 상주하며 고객이 겪는 비효율의 원인을 먼저 '파악'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코딩은 그다음이다. 현장의 맥락을 모르면 아무리 뛰어난 AI 알고리즘도 무용지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기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단순히 파이선 라이브러리를 잘 다루는 기능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비즈니스와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는 맥락 지능이 높은 문제 해결형 인재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인사 담당자와 경영진은 채용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변화시켜야 한다.

    첫째, 서류에서는 기술 스펙의 나열보다 '문제 정의'의 서사를 보아야 한다. 'Python 능숙, LLM 파인튜닝 경험' 같은 도구의 나열이나 '어떤 AI 모델을 써보았다'보다 '그 문제를 왜 풀어야 했으며, 복잡한 현상 속에서 핵심 문제를 어떻게 도출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면접에서는 '정답'을 묻지 말고 '상황'을 던져본다. 코딩 테스트가 아니라 지원자에게는 다소 까다로운 모호한 상황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그 대답으로 솔루션부터 말하는 지원자보다는 '진단'과 '분석'을 먼저 이야기하는 지원자가 우리가 찾는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도메인 학습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 AI 기술은 금방 배울 수 있지만, 우리 회사가 속한 산업의 특수성과 당면한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는 건 어렵다. 지원자에게 우리 산업에 관한 정보를 주고, 짧은 시간 안에 이를 해석하여 AI 적용 포인트를 찾아보라고 주문해 보라. 핵심 인력은 낯선 도메인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여 기술 언어가 아닌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해 내는 사람이다.

    결국 현재 대부분의 기업이 찾는 AI 핵심 인력의 본질은 '엔지니어링'에 있지 않다. 복잡하고 모호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날카롭게 발라내는 높은 맥락 지능이다. AI는 답을 주는 기계이다. 하지만 그 기계에 어떤 질문을 입력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김의석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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