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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내년부터 "계란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 학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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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고교 '금융과 경제생활' 도입

    암기벗어나 분산투자 투자원칙 등

    활용 가능한 실전 금융소양에 초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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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1학기부터 고등학교 교실에 실전 중심의 금융 교육이 도입된다. 정부는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부터 자산형성·신용관리까지 사회에 나가 즉시 활용할 있는 금융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17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내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 선택 과목 ‘금융과 경제생활’이 도입된다. 수능 과목은 아니며 절대평가로 운영된다. 현재 인증을 마친 교과서는 총 천재교육, 이오북스, 이오미디어, 교학사, 씨마스 등 모두 5종이다. 5종 모두 △행복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신용과 위험관리 등 4개 단원으로 구성된다.

    5개 교과서의 가장 큰 특징은 개념 암기에서 벗어나 금융 의사결정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과 방법론을 고교생 눈높이에 맞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교과서의 핵심인 3단원 ‘소비와 저축’에서는 저축, 주식, 펀드, 채권 등 각 금융상품의 특성뿐 아니라 그간 가정에서 경험적으로 배워온 투자 방법론도 안내한다.

    일례로 천재교육은 여윳돈을 용도별로 나눠 관리하는 이른바 ‘통장 쪼개기’ 방법을 안내하고 “밀짚 모자는 겨울에 사라”(저평가 됐을 때 매수하라) 등 증시 격언을 인용해 투자 원칙을 설명한다. 교학사는 투자시 10~15개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분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씨마스·이오미디어는 ‘100-나이’ 원칙을 통해 나이가 들수록 주식 등 위험 자산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권유한다.

    사회 문제로 대두한 금융 범죄 대처 교육도 비중 있게 다룬다. 각 교과서들은 ‘인공지능(AI)를 활용한 피싱 사기’ ‘선불 유심 매개로 한 금융 사기’ 등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소개하고 각 단계별 대응 요령을 알려준다. 이오미디어는 기승을 부리는 금융 다단계 사기의 △고수익과 사업 안정성 강조 △초기 높은 이자 지급 등 특성을 세세히 담기도 했다.

    사회 초년생들이 소홀히 하기 쉬운 신용관리 방법도 담겼다. 휴대전화 요금 연체 등 일상에서 간과하기 쉬운 행태가 신용점수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을 짚고, 신용수준에 따라 금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금융 분야 현안도 다룬다. 천재교육과 씨마스는 ‘빚투(빚내서 투자) 실패자 구제 정책’, ‘신용 사면 정책’ 등 쟁점을 탐구 주제로 제시해, 청년층의 과도한 투자 문화와 바람직한 정책적 대응에 대한 고민을 유도한다. 실제 사회에 나가 마주할 수 있는 딜레마를 생각해보게 하려는 취지다.

    다만 가상자산은 사회적 관심도에 비해 제한적으로 다뤄졌다. 5종 교과서 모두 ‘디지털 금융 환경 변화’의 한 요소로 가상자산의 등장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교학사는 “가상자산이 화폐는 물론, 안정적인 투자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기술했다. 당정의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가시화되는 현 시점, 금융 시장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대목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교과 도입을 통해 청년층의 건전한 재무적 태도·습관을 형성을 기대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주식·코인 리딩방, 전세 사기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면서 금융 기초 소양에 대한 요구도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은 내달 교사들을 대상으로 별도 연수를 진행하는 등 교과목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고교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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