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연계 조직 ASG 본거지
전문가들 ‘외로운 늑대’ 범죄 추정
본다이 해변 희생자 가족들의 ‘절규’호주 시드니 본다이 비치 총격 테러로 사망한 랍비(유대인 성직자) 엘리 슐랑거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본다이의 유대교 선교회 차바드 회당에서 열렸다. 가족들이 그의 관에 기대어 흐느끼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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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본다이 해변 테러범 부자가 범행 전 한 달간 필리핀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의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때 지하디스트(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세력)가 활개를 쳤던 필리핀 남부는 대규모 소탕 작전 이후에도 잔존 세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프랑스24방송은 16일(현지시간) 테러범들이 방문했던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오래전부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활동해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총격범 사지드 아크람(50)과 아들 나비드(24)는 지난달 1일 필리핀에 입국해 민다나오섬 다바오시에 머물다가 범행 약 2주 전인 같은 달 28일 마닐라를 거쳐 호주로 돌아왔다. 범행 이후 이들 차량에서는 직접 만든 이슬람국가(IS) 깃발 두 개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부자가 테러 훈련을 받거나 무기를 조달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다나오섬에는 9·11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부사야프그룹(ASG)의 본거지가 있다. 이 조직의 분파는 2015년 IS에 충성을 맹세하고 이슬람국가동아시아(ISEA)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범인들이 IS 이념에서 범행 동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들이 이 조직과 연관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민다나오섬이 급진주의 이슬람 조직의 온상이 된 배경에는 서양 열강의 식민 지배가 있다. 16세기 스페인은 민다나오섬과 술루 군도를 지배하던 이슬람 술탄국을 붕괴시키고 이 지역을 지배했다. 필리핀 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이슬람교도를 탄압하자 반군 세력이 조직됐다.
해외 지하디스트들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접근성이 높은 필리핀으로 향했다. 2010년대 중반 미군 공격으로 중동에서 해체된 IS는 필리핀을 ‘제2 전선’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필리핀의 지하디즘 세력은 2017년 마라위 전투를 계기로 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당시 대통령은 모로 이슬람 자유 전사, ASG 등이 연합해 민다나오섬 마라위를 점거하자 이들에 대한 대소탕 작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본다이 해변 테러범이 IS 중앙 조직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IS의 온라인 선전전에 넘어간 이른바 ‘외로운 늑대’들이 자발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24 지하디즘 전문기자인 와심 나스르는 “IS는 이제 이념에 호응하는 시민에 의해 이뤄지는 이른바 ‘저비용 테러’로 바뀌는 추세”라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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