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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유럽 자동차 ‘불황 터널’ 끝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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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관세·중국 전기차 저가 공세

    독일 완성차 빅3, 영업이익 급감

    유럽 자동차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무기로 중국 전기차가 몰려오고, 내연 차량에 잔뼈가 굵은 토종 브랜드는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이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하면서 수습에 나섰지만, 근본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7일 컨설팅업체 EY 등에 따르면 독일 자동차 업계가 불황에 빠지면서 영업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EY가 전 세계 19개 완성차 업체 재무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 3사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합계 17억유로(약 2조9500억원)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업체들은 1년 사이 29.3%, 미국과 중국 업체들도 각각 13.7% 영업이익이 줄었으나 감소폭은 독일 업계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EY는 고급차 제품군 부진, 미국 관세정책, 부정적 환율 효과, 전기차 투자 비용, 구조조정 비용, 중국 판매 부진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EY의 자동차 전문가 콘스탄틴 갈은 “이 모든 요인이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퍼펙트 스톰’을 몰고 왔다”고 진단했다.

    독일은 유럽 최대 자동차 생산 국가다. 하지만 독일 브랜드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 중이다. 중국 자동차산업이 급성장한 데다 경기 둔화가 겹쳐 중국 부자들이 독일산 고급차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3분기 39.4%이던 독일 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올해 3분기 28.9%로 쪼그라들어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산하 고가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중국 내 대리점을 144곳에서 80곳으로 줄였다. 폭스바겐은 최근 수익성 악화로 88년 역사상 처음으로 본사의 드레스덴 공장 문을 닫기까지 했다.

    EU의 전동화 속도 조절을 두고서도 회원국 간 이견이 분분해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럽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조차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와 고율 관세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내연기관 강자라는 지위에 안주해 전동화에 미온적이었던 폭스바겐의 사례는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하게 판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도 자율주행, 로봇을 포함한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해서 이것저것 다 한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집중과 선택을 통해 어느 방향으로 달려갈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재현 선임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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