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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내 집 될 줄 알았죠”… 6억이면 살 수 있었던 집이 12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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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교 민간임대 분양전환가 논란…입주민들 “차라리 그때 집 살 걸”

    세계일보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벨리제일풍경채 전경. 네이버지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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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다른 아파트를 샀어야 했어요”



    판교 민간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분양전환가 12억원을 통보받고서야 자신들이 ‘집을 산 것도, 전세를 산 것도 아닌 선택’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고등지구 ‘판교밸리제일풍경채’ 민간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이 분양전환가격을 둘러싸고 시행사와 벌인 소송에서 지난 10월 31일 1심 패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분양전환 가격은 임대인이 정한다”며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입주민들의 반발은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공공택지에 조성된 민간임대아파트가 사모펀드의 수익 수단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과연 주거 정책의 취지에 맞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법원 “분양전환 가격은 임대인 자율”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성남시 수정구 고등동 ‘판교밸리제일풍경채’ 입주민 215명이 시행사인 ‘성남고등S-1PFV’를 상대로 제기한 정당한 분양전환가격확인 소송에서 시행사의 자율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민간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은 법적 의무가 아니며, 분양전환 가격 역시 임대인이 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입주자 모집 당시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 전환될 것”이라는 구두 안내는 법적 효력이 없다고 봤다.

    판교밸리제일풍경채는 판교테크노밸리 북측 성남고등공공택지지구 S-1블록에 2020년 준공된 543가구 규모의 민간임대아파트다. 보금자리주택지구에 공급돼 공공성이 강조됐지만, 주택 유형은 민간임대로 분류돼 분양전환 가격과 방식에 대한 별도 규제를 받지 않았다. 2017년 12월 ‘4년 임대 후 우선분양전환’ 조건으로 임차인을 모집했고, 2020년 4월 입주가 시작됐다.

    ◆6억대 살 수 있던 곳, 제시된 분양가는 12억

    갈등은 분양전환 시점에 본격화됐다. 시행사는 의무임대기간 만료를 앞둔 2023년 10월 전용 84㎡ 기준 11억2000만원을 분양전환가로 제시했고, 이후 세대별로 12억 원대 중반의 가격을 통보했다. 같은 단지에서 임의 공급되거나 조기 분양전환된 가구는 올해 6월 11억6000만~12억29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민들의 박탈감은 인근 단지와의 비교에서 더 커진다. 2017년 같은 고등지구에서 분양된 ‘판교밸리 호반써밋’ 전용 84㎡ 분양가는 약 6억1000만원으로, 제일풍경채 입주 당시 보증금 약 5억5000만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호반써밋은 지난해 10월 최고 11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민들은 “당시 민간임대 대신 분양을 선택했다면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결과적으로 민간임대를 선택한 이들은 4년 이상 거주하는 동안 주거 안정은 얻었지만, 집값 상승의 과실에서는 완전히 배제됐다.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집을 산 것도 아니고, 전세를 산 것도 아닌 애매한 선택을 한 대가로 상승장의 시간을 통째로 놓쳤다”는 자조가 나온다.

    1심 패소 이후에도 입주민들의 행동은 이어지고 있다. 판교밸리제일풍경채 임차인 연합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NH투자증권과 금융감독원 등을 방문해 집회를 열었고, 이달에는 성남시의회에서 강상태 성남시의원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국회의원 보좌진과도 만나 민간임대주택법 개정 필요성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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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상태 성남시의원 판교밸리제일풍경채 임차인 연합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성남시의회실 간담회 현장. 비대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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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대위는 “현행 제도가 임차인 보호를 전혀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며 “민간임대 분양전환 가격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강상태 성남시의원은 “민간임대 분양전환 문제는 특정 단지의 갈등을 넘어 전국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라며 “전국 임대아파트 연합 차원의 움직임이 있다면 국회 논의 과정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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