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는 길에 이런 걸 봤어.” 지인이 보여 준 영상에는 털이 산발한 몰티즈가 작은 철창에 갇혀 울고 있었다. 장소는 야산이었고, 나무에는 개들이 더 묶여 있었다. 정상적 사육 환경은 아니었기에 우리는 관할청에 학대 여부의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공무원은 “시골에는 그렇게 키우는 분들이 많다”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의 일이다.
이후 도움을 주겠다는 동물보호단체가 나섰고, 그들은 담당 공무원을 설득해 현장을 확인했다. 동물들의 소유자는 수십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수집하듯 데려와 제대로 돌보지 않는 애니멀 호더였다. 시 소유 토지를 불법 점유한 채, 나무에는 동물 사체까지 봉지에 넣어 매달아 둔 기괴한 인물이었다. 그는 과거에도 동물 학대 신고로 동물들이 격리된 전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빼앗겼던 동물을 다시 반환받아 계속 기르고 있었다. 학대 재발을 막지 못하는 법과 지자체의 소극적 조치가 겹친 결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길고 힘든 과정 끝에 열 마리의 동물들이 구조돼 보호소로 인계됐다. 구조에 참여한 단체에서 한 마리를 입양했고, 처음 현장을 발견한 지인도 한 마리를 데려갔다. 필자가 데리고 온 두 마리도 한 마리는 위탁처에서, 한 마리는 필자의 집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남은 동물들 역시 임시보호나 입양을 갈 수 있도록 여러 단체와 개인들이 힘을 모아 수소문했다.
그러나 결국 여섯 마리는 보호소에서 7개월을 머문 끝에 안락사되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자신의 본능과 의지대로 살아보지 못했을 그들의 삶이 슬프다. 학대에서 벗어났음에도, 이들을 이어서 보호하고 삶을 회복시킬 제도적 장치는 충분하지 않았다. 학대자는 다시 동물을 모을 수 있고, 구조된 동물은 보호체계의 한계 속에서 소리 없이 사라진다. 이 악순환은 재학대를 차단하는 법과 동물이 구조된 이후 그 보호까지 설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만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박주연 변호사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