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케 쇼 감독 작품 ‘여행과 나날’
심은경 주연… 누적 2만5000명 넘어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각본가 리(李)는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아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눈 내린 마을은 어느 숙소나 만실. 안내원이 알려준 여관은 지도에도 표시가 안 된 저 너머 산골에 있다. 리는 실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여관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난다.
배우 심은경이 각본가 리로 주연한 영화 ‘여행과 나날’이 겨울 극장가에서 흥행 훈풍을 타고 있다. 지난 10일 개봉해 누적 관객 2만5000명을 넘어서며 영화 ‘국보’와 독립·예술 영화 1·2위를 주고받고 있다. 올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관심을 모은 ‘여행과 나날’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하마구치 류스케(47) 감독과 더불어 현시대 일본 영화를 대표하는 미야케 쇼(41) 감독의 작품이다. 그와 영화 스터디를 함께 한다는 하마구치 감독은 ‘여행과 나날’에 대해 “차갑고 차가운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 몸의 깊은 곳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며 “인생에 필요한 시간이 이 영화에 응축되어 있다”고 평했다.
‘여행과 나날’은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보지 못했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다. 미야케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고 본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향한 여행인 것 같다”며 “작품을 만들수록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국과 일본을 이어주는 인연의 힘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만화가 쓰게 요시하루의 ‘해변의 서경’과 ‘혼야라동의 벤상’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던 미야케 감독은 202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심은경을 떠올렸다. 미야케 감독의 배역 제안을 심은경이 수락하며 원작의 40대 남성이 30대 여성으로 변경됐다. 미야케 감독은 “대사의 여백까지 소화하는 심은경 덕분에 영화가 애초 구상보다 훨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했다.
엣나인필름영화 ‘여행과 나날’에서 설경을 감상하는 주인공(심은경).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촬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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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던 초반의 여름 편을 지나 설국의 소동을 겪으며 자신을 발견하는 후반의 겨울 편으로 옮겨간다. 겨울 편의 실제 촬영지인 야마가타현의 눈 덮인 풍경은 지도 밖 여관만큼이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 미야케 감독은 “영화관은 관객들이 서로 다른 감상을 느끼면서 ‘우리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는 소중한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경험을 안겨드리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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