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거대한 액체 바다 대신 슬러시 상태의 점성 물질 다량 분포"
카시니호가 촬영한 토성 최대 위성 '타이탄' |
미항공우주국(NASA) 플라비오 페트리카 박사팀은 18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NASA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가 10여년 전 수집한 데이터를 정밀 분석, 타이탄에 액체 바다 대신 암석 핵 근처에 반쯤 녹은 얼음(슬러시) 상태의 통로와 액체가 고여있는 영역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워싱턴대 바티스트 주르노 교수는 "타이탄에는 탁 트인 지구 바다가 아니라 북극 해빙이나 대수층과 비슷한 환경이 존재할 가능성을 크다"며 "이는 어떤 종류의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지뿐만 아니라 영양분과 에너지 가용성 등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카시니호는 1997년부터 20여년간 토성과 그 위성 274개에 대한 방대한 관측 데이터를 생산했다. 표면 온도가 영하 183℃ 수준인 타이탄은 지구 외 천체에서는 유일하게 표면에서 액체 메탄이 호수를 이루고 비처럼 내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이탄은 카시니호 관측에서 타원 궤도를 따라 토성을 공전하는 동안 위치에 따라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현상이 확인됐으며, 연구자들은 이런 변형이 가능해지려면 얼음 표면 아래에 거대한 바다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거대한 바다를 가정하고 타이탄을 모델링할 경우, 그 결과가 관측에서 확인된 변형 등 물리적 특성과 일치하지 않아 바다 가설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카시니호가 타이탄 근접 비행 중 수집한 중력·전파 추적 자료를 재분석해 타이탄이 토성의 중력에 의해 얼마나 변형되는지, 그 변형이 토성 중력 최대 시점보다 얼마나 늦게 나타나는지 분석했다.
타이탄이 내부 구조에 따라 토성의 중력에 반응하는 다양한 방식 |
분석 결과, 타이탄이 공전하며 토성 중력의 영향을 받을 때 내부에서 약 3~4테라와트(TW)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에너지 소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에너지 소실량이 거대 바다 가설에서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크다며 이는 타이탄 변형이 지구 바닷물처럼 단순히 탄성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 내부 구성 물질에 의한 상당한 마찰과 점성 저항을 동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타이탄의 형태 변화는 토성 중력이 최대로 작용하는 시점보다 약 15시간 늦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액체 물보다 점성이 크고 걸쭉한 물질을 움직이려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지연 시간을 측정함으로써 타이탄 변형에 필요한 에너지양과 내부 물질의 점성을 추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페트리카 박사는 "타이탄 내부에서 이렇게 큰 에너지 소실이 일어날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것이 바로 타이탄 내부 구성 물질이 이전에 제기됐던 거대한 액체 바다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토대로 액체 물의 양은 크게 줄어들고, 대신 슬러시 상태의 물질이 통로와 웅덩이 형태로 다량 분포하는 새로운 내부 구조를 제안했다.
이어 타이탄 내부 깊은 곳의 담수는 온도가 20℃에 이를 수 있고, 이용 가능한 영양분이 바다에 비해 훨씬 농축될 수 있어 단순 생명체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며 이 연구가 오히려 생명체 발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Flavio Petricca et al., 'Titan's strong tidal dissipation precludes a subsurface ocean', http://dx.doi.org/10.1038/s41586-025-09818-x
scitech@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