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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단독] 文정부 말 국회 뚫은 한학자···대선판에 '해저터널'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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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국회서 ‘정책제안서’ 흔들며 차기 정부 압박

    한 달 뒤 통일교 행사엔 현직 문체부 차관이 ‘기조연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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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교가 2022년 2월 대규모 국제행사인 ‘월드서밋(World Summit)’을 개최하기에 앞서, 이미 한 달 전 국회에서 ‘한일해저터널’을 핵심으로 한 정책안을 공식 발표한 사실이 확인됐다. 종교단체의 장기 숙원사업 정도로 알려졌던 해저터널 구상이, 실제로는 국회 정책 무대를 거쳐 국제 행사로 이어지는 사전 기획된 흐름 속에서 추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교 월드서밋의 준비 조직인 ‘싱크탱크 2022’는 2022년 1월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제4차 국제 웨비나에서 ‘한일해저터널’과 DMZ 개발 등을 담은 정책안을 공개했다. 당시 행사 연단에 오른 박영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영남지구 회장은 정책안 책자를 직접 들어 보이며 제안 내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정책안 발표 과정에서는 한일해저터널 사업에 대한 명칭 확장과 추진 범위에 대한 설명도 함께 이뤄졌다. 한일해저터널을 한국·일본 간 인프라 사업에 한정하지 않고, ‘동아시아터널(East Asia Tunnel)’ 또는 ‘유라시아터널(Eurasia Tunnel)’로 확장해 중국·러시아·몽골 등 주변국과의 연계를 전제로 추진할 수 있다는 구상이 제시됐다. 단일 사업을 넘어 국가 간 협력과 공동 추진을 전제로 한 정책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안된 것이다.

    박 전 회장이 정책제안서를 발표하던 시점은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이자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국면이었다. 현 정부의 정책 집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시기였지만, 대신 차기 정부를 염두에 두고 정책 어젠다를 선점하기에는 전략적으로 유리한 시점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에서 정책안이 공개되면서 종교단체의 구상은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한 공식 정책 제안 단계로 옮겨갔다.

    이후 한 달 뒤 열린 월드서밋은 국회에서 먼저 제시된 정책 구상에 국제적·정치적 무게를 더하는 무대로 작동했다. 실제 행사 개회식에서는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의 축사에 이어 김현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의 기조연설까지 이어지며, 전·현직 정부 인사가 공식 연설 순서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인물로, 최근에는 올해 5월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 선언한 ‘민주정부 전직 장차관 168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일교가 특정 진영에 한정되지 않고 여야 정치권 전반과 접촉면을 넓혀 온 흐름이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는 해외 사업 확장 과정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활용해 왔다. 캄보디아에서는 메콩강 유역 개발과 연계된 대형 사업 구상을 장기간 준비해 왔고, 이 과정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의 협력 구도 형성, 관련 사업 내용을 담은 공식 책자 제작 등이 선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측 자료에는 메콩강 개발 사업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국제 협력 구도를 설명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해당 자료들은 이후 월드서밋 현장에서 함께 활용·배포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맥락에서 훈센 총리를 월드서밋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전면에 배치한 것은 단순한 외빈 초청을 넘어, 통일교 총재 한학자를 현직 국가 정상과 병렬 배치하며 기존 사업 네트워크를 국제 무대로 확장하려는 상징적 장치로 해석된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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