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 깃발 / 로이터=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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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 시각) CNN은 “필리핀에서의 테러 활동은 최근 몇 년 사이 감소했지만, 외딴 지역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슬람 무장 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오랫동안 필리핀으로 유입돼 온 외국인 전투원들을 기꺼이 훈련시킬 의지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호주 경찰은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 용의자들이 “IS 이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며, 이들이 최근 IS의 온상으로 알려진 필리핀의 한 지역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BC 방송은 두 용의자가 지난달 필리핀 남부에서 군사식 훈련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IS 조직은 수십 년 전부터 필리핀으로 모여들었다. 필리핀 평화·폭력·테러연구소의 롬멜 반라오이 소장은 “무장 단체들은 수십 년 동안 필리핀 남부에서 활동해 왔으며, 9·11 테러 이전부터 외국인들을 끌어들여 조직 활동에 참여시켜 왔다”고 말했다.
특히 알카에다와 연계된 아부사야프그룹(ASG)은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을 근거지로 두고 있다. 민다나오섬은 가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필리핀의 다른 지역과 달리 무슬림 인구 비중이 높은 곳이다.
필리핀이 IS 조직의 거점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에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주 디킨대 국제이슬람정치학과 학과장인 그렉 바튼 교수는 “필리핀은 비교적 최근에야 민주주의를 정착시켰을 만큼 역사적으로 안정적인 통치 환경을 누리지 못해왔다”며 “민다나오섬은 그중에서도 무법지대에 가까운 미개척지였다”고 설명했다.
호주안보정보원(ASIO) 역시 “IS가 필리핀, 특히 중부 민다나오 지역의 열악한 경제·사회적 환경을 악용해 조직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민다나오섬은 산악 지형이 많아 IS 조직들이 인적이 드문 지역에 캠프를 설치하고 전투원을 훈련시키기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필리핀은 국경 관리가 허술해 외국인들이 불법적으로 비교적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국가로 평가 받는 곳이다.
더구나 수십 년 동안 IS 계열 단체들이 필리핀에 뿌리를 내려왔다는 점은 또 다른 조직들을 필리핀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라오이 소장은 “필리핀은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 전투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목적지”라며 “필리핀에서 훈련을 받으려는 외국인은 현지 무장 단체나 극단주의 네트워크와 연계돼 있어야 훈련 시설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정부가 2020년 폭력 행위를 지지·조장·지원한 인물까지 기소할 수 있도록 한 반테러법을 통과시키고, 무장 단체들과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 필리핀 내 테러 발생 건수는 감소하는 추세다. CNN은 “그렇다고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평화협정을 맺은 일부 무장 단체들 역시 여전히 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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