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지연·M&A 부진 속 해외 거래액 2100억달러
K-OTC 거래 부진…정보 공개·인프라 개선 과제
이 기사는 2025년12월18일 18시0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비상장 주식 구주(세컨더리) 거래가 엑시트 수단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IPO 지연과 M&A 부진으로 유동성 수요가 커진 해외와 달리, 한국은 정보 비대칭과 가격 형성의 어려움, 제도·인프라 미비가 겹치며 구주 거래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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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세컨더리 시장은 올해도 사상 최대 수준의 거래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대형 로펌 로프스앤그레이(Ropes & Gray)가 공개한 '2025년 3분기 세컨더리’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글로벌 세컨더리 거래액은 1650억달러(243조 9195억원)로 집계됐다. 3분기 단일 분기 거래액만 600억(88조원)달러를 웃돌며, 연간 기준으로는 2100억달러(310조 5270억원)를 넘어설 페이스라는 평가다.
최근 세컨더리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IPO 지연과 엑시트 환경 경색이 꼽힌다. 상장 일정이 뒤로 밀리고 전략적 인수도 예년만 못한 상황에서, 출자자(LP)와 운용사(GP)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구주 거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GP가 주도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등 구조화 거래가 늘면서 세컨더리는 단순한 지분 되팔기가 아니라, 운용사 관점에서 포트폴리오 관리·회수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대형 투자은행들의 행보도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올해 세컨더리 전문 운용사 인더스트리벤처스를 인수하며 관련 운용 역량을 강화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에쿼티젠을 인수해 비상장 지분 유통과 유동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자문을 넘어 비상장 지분 거래 자체를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키우려는 전략이다.
반면 국내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비상장 주식 거래의 대표 시장인 K-OTC 시가총액은 올해 말 기준 17조원 안팎으로, 2022년 초 30조원을 웃돌던 수준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20억~3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거래 역시 일부 상위 종목에 쏠리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세컨더리 거래가 활발해지기엔 구조적 제약이 크다고 보고 있다. 비상장 기업의 정보 공개가 제한적인 데다, 매도자와 매수자 간 정보 비대칭이 커 가격 형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구주 거래 실적이 운용사의 공식 트랙레코드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도 GP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당국 역시 비상장 주식 유통 플랫폼 제도화와 결제 인프라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금융위는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돼 온 비상장주식 유통플랫폼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겠다 밝혔다. 이어 지난 9월에는 비상장주식·조각투자 장외거래소 도입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글로벌 세컨더리 시장과 같은 환경이 단기간에 조성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는 세컨더리만으로도 연간 수천억달러 단위로 거래가 돌지만, 국내는 시장 자체가 작다”며 “엑시트 환경이 불확실한 만큼 구주 거래를 정상적인 회수 수단으로 기능하게 하려면 정보 공개와 거래 구조, 성과 인정 방식이 함께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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