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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만점도, 현금부자도 아닌데 굳이"...쭉쭉 빠지는 청약통장 가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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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말 청약통장 가입자 보니
    전월보다 4만8744명이나 줄어
    가격 급등한 2021년 이후 감소세
    분양가·커트라인 오르며 해지 행렬
    "특별공급 등 유불리 따져봐야" 조언


    한국일보

    지난달 9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부착돼 있는 주택청약통장 관련 안내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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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한 달에만 청약통장 가입자 5만 명 정도가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워낙 높아진 데다 분양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며 통장 해지를 선택하는 가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전체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626만4,249명으로 전월 말(2,631만2,993명) 대비 4만8,744명 감소했다. 신규 가입자보다 필수 가입기간을 충족한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해지 건이 더 많아 전체 통장 가입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11월 말 기준 1순위 가입자는 1,713만2,915명으로 전월 대비 5만8,479명이나 이탈했다.

    연간으로 살펴보면 청약통장 이탈 규모는 더욱 두드러진다. 동산 가격 급등기이던 2021년 2,837만1,714명이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2022년 2,789만4,228명, 2023년 2,703만8,994명, 지난해 2,648만5,223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1월만 해도 2,644만1,690명이었던 가입자는 3월, 8월 소폭 반등한 때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해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 구성원 5명 넘는데 집 없는 현금부자'만 당첨?


    가입자들이 청약 시장을 떠나는 건 선호지역인 서울의 청약 경쟁이 워낙 치열해진 상황에서 분양가까지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1일 1순위 청약이 진행된 서초구 '반포 래미안 트리니원'은 6월부터 이어진 대출규제 강화로 20억 원 안팎의 현금이 있어야 매입이 가능했지만, 당첨자의 가점 커트라인은 최고 82점, 최저 70점에 달했다. 4인 가족 기준 만점인 69점보다 높았다는 뜻으로, 모두 5인 가구 이상이 당첨된 셈이다. 전용면적 74㎡ 기준 현금이 12억 원 필요하다고 평가됐던 송파구 잠실 르엘의 경우 올해 9월 청약 결과 커트라인 최저점은 74점이었다.

    서울과 수도권 경쟁이 과열되다보니 청약 만점통장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등장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전날 경남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창원 센트럴 아이파크'의 청약 당첨자 발표 결과 당첨가점 최고점은 만점인 84점이었다. 올해 1월 전북 전주에서 분양한 '더샵라비온드'에도 당첨자 중 만점통장이 나왔다. 청약가점은 무주택기간(32점)과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으로, 만점이 되려면 무주택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15년 이상 필요하고 부양가족은 6명이어야 한다.

    한국일보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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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 "차라리 청약통장 해지해 '영끌'에 쓴다"


    높은 분양가 흐름 속에서 대출 규제가 강해지며 가입 기간이 비교적 짧은 2030세대 사이에선 '청약통장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올해 6월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를 매매한 박모(36)씨는 "서울에서 분양 소식이 거의 안 들리는 데다 가끔 있어도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라 대학생 때 들어 놓은 청약통장을 해지했다"며 "구축을 사는 데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필요한 실정이어서 차라리 청약에 든 돈을 빼서 지금 빨리 투자하자는 생각도 컸다"고 털어놨다.

    다만 내년부터 공공주택 공급이 수년간 확대될 예정이고, 청약제도상 생애최초, 청년, 신혼부부 등에 대한 특별공급 혜택도 커지고 있는 만큼 해지에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조언도 있다. 정부는 2026년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공공 분양주택 2만9,00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처럼 '묻지마 청약통장 유지' 시대가 아닌 건 맞다"면서도 "특별공급 등 제도를 세세히 파악하고 가입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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