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전략 핵심은 초고해상도 위성
생수병까지 식별하는 15cm급 기술
뉴 스페이스가 돈 되는 사업 되려면
민간이 각국에 정보 판매 가능해야"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이 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위성 모형을 들고 위성 관측 서비스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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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발사체가 상용화하면서 각국은 초저궤도 우주시장 선점을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위성 관측 서비스 시장에서만큼은 한화를 스페이스X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성장시켜야죠."
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만난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의 목소리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지난 1월 한화에 합류한 김 부사장은 초저궤도 위성 시장에서 한화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무너진 건물 내부도 위성으로 보겠다"
전략의 핵심은 한화시스템이 10월 모형을 공개한 고도 400㎞ 이하 초저궤도 초고해상도 합성개구레이다(VLEO UHR SAR) 위성이다. 레이다파를 기반으로 지상 지형도를 만드는 SAR 위성은 기상 여건이나 주야간에 상관없이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어 아이스아이, 카펠라 스페이스, 엄브라 스페이스 같은 굴지의 해외 기업들도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3년 1m급 해상도 SAR 위성 발사에 성공한 한화시스템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25㎝급보다 뛰어난 15㎝급 초고해상도에 도전 중이다. 휴대폰이나 생수병만 한 물건까지도 식별해 내는 수준이다.
김 부사장은 "2027년까지 이 위성을 발사해 검·보정을 거친 후 이듬해 초 영상을 획득할 계획"이라며 "향후 총 64기 배치할 예정인데, 그러면 세계 곳곳을 30분 간격으로 촬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위성을 여러 기 쏴 군집 위성 체계가 갖춰지면 재난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 내부를 내려다볼 수 있고, 이를 3차원(3D)으로 재구성해 구조대원들이 마치 '투시 능력'을 가진 것처럼 활동하도록 도울 수 있다. 콘크리트 더미 몇 m 아래에 사람이 생존할 만한 공간이 있는지까지 파악해 구조 작전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해빙의 미세한 균열과 실시간 두께 변화를 파악해 북극항로 개척에 활용할 수도 있고, 홍수 지역의 실시간 정보를 재난지휘시스템과 연동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김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우주사업총괄 부사장이 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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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이런 위성 시스템을 구축해 여러 국가와 기업에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뉴 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가 '돈 되는 사업'이 될 수 있다. 스페이스X 역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매출이 발사 서비스의 2배 이상을 차지한다.
김 부사장은 "서너 기의 위성으로 지구 전체를 커버하는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초저궤도 위성은 수십 기를 배치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부 발주 사업을 통해 한국에만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정부는 위성 업체의 서비스를 구독하고, 업체는 한국 정부뿐 아니라 각국 정부와 민간 업체에 정보를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미국은 전략자산만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대부분의 데이터는 상업용 위성 서비스를 구독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초저궤도는 우리가 먼저 깃발 꽂겠다"
그는 재사용 발사체 시장에서도 정부 역할을 강조했다. 발사체의 경쟁력은 얼마나 자주 쏠 수 있느냐에 달린 만큼 "발사체에 실릴 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정책적으로 고민해야 위성 제작-발사-서비스로 이어지는 우주산업 생태계가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링크가 위성 인터넷 시장을 선점했다면, 초고해상도 관측 시장에선 한화가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부사장의 생각이다. 이는 그가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면서 20년간 전략 컨설팅과 투자업계에 몸담았던 이력에서 비롯됐다. 초저궤도 위성은 대기항력과 산소에 의한 부식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중요하다.
사업적 안목을 키워온 그는 대기항력을 극복하기 위해 '스포츠카' 같은 형상을 개발하는 대신 고출력 출력기에 연료를 잔뜩 싣고 띄우는 방법을 택했다. 또 부식을 극복하기보다, 떨어지면 다시 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는 "스포츠카를 닮은 위성을 개발하려면 10년 뒤에도 연구개발만 하고 있을 것 같다"며 "미개척 우주 영토인 초저궤도에 한국이 깃발을 먼저 꽂자는 게 한화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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