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누나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윤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이동 중인 모습. /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5년 전인 2020년 12월 19일 밤, 윤모씨(당시 27세)는 자신의 늦은 귀가와 카드 연체, 과소비 등을 지적하는 세 살 연상 친누나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두 사람은 인천 한 아파트에서 3개월가량 함께 살고 있었다.
함께 사는 기간에 누나의 잔소리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날 남매의 싸움은 말다툼에서 끝나지 않았다. 거친 욕설을 내뱉은 윤씨는 "나한테 잔소리 그만하라"며 "부모님 행세하지 말라"고 윽박질렀다.
동생의 적반하장 태도에 참다못한 누나는 "네 행실을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 말에 격분한 윤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들고 와 누나를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천륜을 거스른 윤씨는 죄책감보다 자신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먼저 느꼈다. 이에 그는 누나의 시신을 캐리어 가방에 넣고 아파트 옥상 창고에 보관했다.
2020년 12월 누나를 살해한 윤모씨가 시신을 유기한 인천의 한 농수로 모습. /사진=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범행 열흘째가 되던 2020년 12월 28일 새벽, 윤씨는 캐리어 가방을 렌터카에 옮겨 실은 뒤 인천 강화군 삼산면 한 농수로에 가방을 던져 시신을 유기했다. 캐리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끔 주변에서 배수로 덮개와 소화기 등을 가지고 와 덮어놓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4개월이 지난 2021년 4월 21일, 윤씨 누나의 시신이 농수로를 지나가던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곧장 수사에 나섰고, 약 일주일 뒤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하고 긴급 체포했다.
조사 결과, 윤씨는 범행을 숨기기 위해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USIM)을 다른 기기에 넣은 뒤 메신저 계정에 접속해 고인 행세까지 했다. 시신 발견 2개월 전에는 부모가 누나의 실종 신고를 경찰에 접수하자, 누나인 척 부모에게 메시지를 보내 신고를 취하하게 만들기도 했다.
윤씨는 또 누나 명의 핸드폰 소액결제를 진행해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고, 모바일뱅킹으로 고인의 예금을 자신의 계좌로 옮겨 사용했다. 심지어 윤씨는 누나의 발인 날 시신 운구 과정에서 영정사진을 직접 들기도 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검찰은 윤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 뒤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윤씨가 피해자의 친동생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며 피고인을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까지 반성의 기미가 없었던 윤씨는 1심 재판이 시작되자 38차례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범행 이후 드러난 피고인 행동에서 죄의식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1심 판결에 윤씨와 검찰 모두 불복해 항소장을 냈지만, 2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30년이 윤씨에게 선고됐다. 윤씨는 상고에 나섰으나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