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에서 드라마작가로 전업한 저자가 두번째 삶에서 얻은 다양한 인생의 지혜를 전한다.[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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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꿈인 글쓰기를 하며 온전한 한 개인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미스 함무라비」의 작가 문유석은 2020년 법원을 떠나며 '개인주의자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23년간 이어온 법관의 삶을 뒤로한 채 프리랜서 작가로 전업한다.
신간 「나로 살 결심」은 판사에서 작가가 된 그가 5년간 겪은 시행착오와 고민, 깨달은 바를 담은 에세이다. 드라마작가라는 직업인으로 성장하면서 맞닥뜨린 재테크·건강관리·시간관리 같은 일상적 문제부터, 나아가 우리 삶의 바탕을 이루는 법과 민주주의의 작동에 대한 견해까지 담고 있다.
법관 시절 저자는 여러 지면을 통해 개인주의자·자유주의자로서의 삶을 강조해왔다. "여기서 '개인'은 근대적 개인, 즉 시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자로, '개인'이야말로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바탕이라는 생각이 자리한다. 동시에 법관으로서 '개인'을 강조한 것은 법관의 독립성이야말로 재판의 공정성을 이루는 바탕이자 법치국가가 제대로 기능할 토대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등 사법 농단을 목격하며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다. 결정적으로 법원행정처가 자신을 '어용연구회장'으로 이용하려 했다는 문건이 발견되면서 '온전한 한 개인으로 돌아가 나 자신을 책임지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게 된다.
바뀐 삶에서 얻은 삶의 지혜
프리랜서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저자는 "나를 기다린 건 '자유로운 삶'만이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조직에서 자유의 몸이 된 뒤 경제적·정신적 자유를 쟁취하며 새 인생의 개척자가 될 거란 기대를 품었지만, 조직 안에서 살아남는 것만큼이나 온전한 개인으로 살기란 만만치 않았고, '사회' 속의 분투는 여전했다고 말한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 '첫번째 삶과의 작별'은 두번째 삶을 선택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저자가 법복을 벗기까지의 결정적 장면들이 담겨 있다. 2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에서는 다양한 시행착오가 펼쳐진다. "23년간 출퇴근 생활자로 살다 하루아침에 작가로 사는 삶은 모든 게 예측 불허였다"며, 재무·시간관리·노화·창작 스트레스·슬럼프 등 문제가 닥칠 때마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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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매력적인 오답을 쓰는 삶'에서는 왜 전업 작가가 됐는지, 저자가 쓰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첫번째 삶이 두번째 삶을 열어줬듯 판사의 삶이 드라마작가의 삶에 드리운 그림자는 길다. '팔리는 스토리'를 써야 한단 부담감에 짓눌리면서도 결국 내가 향하는 곳은 평범한 사람들이 선의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가는 이야기였다."
이 책은 바뀐 삶의 자리에서 얻어가는 자기인식과 고투, 성찰을 담고 있다.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바는 이렇다. "앞으로 내가 몇 번의 새 삶에 도전하며 산다 해도 이전의 생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다. 그것이 성공이었든, 실패였든."
저자는 첫번째 삶에 충실할 때만이 두번째 삶이 도래한다고 말한다. "첫번째 삶과 두번째 삶은 단절된 게 아니었다"며, 그러기에 두번째 삶의 실수와 좌절, 불안을 정직하게 받아들이고 분투할 때 앞으로 다가올 새 삶 또한 무사히 맞이할 수 있을 거라고 강조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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