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보호 원칙 배신...분쟁 악화"
"정치적 목적 종교, 폭력 정당화"
지난달 30일 레바논을 찾은 레오 14세 교황이 베이루트 대통령궁에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베이루트=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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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이 18일(현지시간) "기술 발전과 인공지능(AI)의 군사적 구현이 무력 분쟁의 비극을 더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자율 드론(무인기), 예측 알고리즘을 탑재한 대(對)미사일 시스템 등 AI 기술을 전쟁 수행에 활용하는 세태를 지적한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공개된 '세계 평화의 날'을 위한 첫 메시지에서 "생사에 관한 결정이 점점 더 기계에 위임되면서, 정치·군사 지도자들 사이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심지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이는 모든 문명을 뒷받침하고 보호하는 인문주의의 법적·철학적 원칙에 대한 전례 없고 파괴적인 배신"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지난 5월 선출된 뒤로 AI를 윤리적인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달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주최한 'AI와 의학 포럼'에 보낸 메시지에서도 기술 발전의 혜택을 인정하면서 AI의 윤리적 활용을 강조한 바 있다.
가톨릭교회는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인 매년 1월 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정하고 기념한다. 교황은 이를 앞두고 여러 차례 메시지를 낸다. 이날 교황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사용하는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불행하게도 신앙의 언어를 정치적 전투로 끌어들여 민족주의를 축복하고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과 무장 투쟁을 정당화하는 일이 점점 더 흔해졌다"고 지적했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핵 개발에 대해서도 '정당방위 원칙을 한참 넘어선 대결 논리'라고 비판했다. 교황은 "핵 억지력의 억제 효과는 법·정의·신뢰가 아니라 두려움과 힘이 지배하는 국가 관계의 비이성에 기반하고 있다"며 "전쟁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는 것, 공격에 대응하지 않는 것, 폭력에 폭력으로 되갚지 않는 것이 오히려 결함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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