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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이슈 오늘의 미디어 시장

    선언만 반복된 방송시장 규제 완화…“방미통위, 간판만 바뀌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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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미통위 지난 9월 출범…업계 정책과제 제안 이뤄져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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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라는 명칭과 거버넌스 변화에 걸맞은 정책적 상상력과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사무총장은 18일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에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출범에 따른 혁신 정책과제 제안’을 주제로 진행된 ‘2025년 학술세미나’에서 “방미통위라는 전문기관은 단순히 일반 규제의 잣대를 적용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해당 산업의 특수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방송 규제와 진흥의 ‘불편한 동거’…“합의제 살려 현장 의견 잘 반영해야”

    이번 세미나는 새롭게 출범하는 방미통위에 방송 미디어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과제를 제안하고자 마련됐다.

    방미통위는 지난 9월 출범했다. 방송의 규제와 진흥을 한 울타리에 묶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분산됐던 방송 기능을 통합해 정책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던 방송진흥정책 기능이 방미통위로 이관됐다.

    이날 현장에서는 새 부처 출범에 대한 기대감보다 우려가 더 짙게 감지됐다. 합의제 기구인 방미통위가 방송의 공공성과 산업성을 잘 분리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과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미통위가 최근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한 ▲방송미디어 규제 개선 ▲방송미디어 전 주기 인공지능(AI)·디지털 기술 도입 ▲지역미디어 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디지털·미디어 산업 활성화 ▲미디어 통합 법제 마련 등의 과제는 과거에도 반복적으로 제시돼 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업계의 회의감을 더했다.

    김유정 MBC 전문연구위원은 “최근 개정 논의가 이뤄진 방송법을 보면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며 “방송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영상 콘텐츠 제작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임에도 법에는 산업 구조와 제작 생태계에 대한 인식, 공공성과 산업성 간 균형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박사는 “방미통위가 새롭게 개편되며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합의제 조직이자 그간 규제 중심으로 작동해 온 기관이 과연 진흥 기능까지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현장의 애로사항이 정책에 얼마나 충실히 반영되는지, 또 부처 간 협력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방미통위의 새로운 거버넌스가 미디어 산업의 규제 완화는 물론 진흥 기능까지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미디어와 AI 등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과거의 방송 중심 이슈에 머물러 있다면 한계는 분명하다”며 “OTT 등 새로운 미디어를 기존 방송 규제 틀에 끼워 맞추기보다 글로벌 미디어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제를 국내 사업자에게만 계속 유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방송사업자가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 모델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며 “과거 원 소스 멀티 유즈(OSMU) 논의가 선언에 그친 만큼, 이제는 실질적인 사업 확장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제작비는 오르는데, 광고는 위축…‘혁명적 수준’ 규제 완화 주문

    이어진 토론에서 업계는 ‘혁명적’ 수준의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현행 방송법은 약 20년 전인 2000년 당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낡은 방송법 규제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취지의 미디어통합법제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아직이다. 그 사이 인터넷TV(IPTV) 출범과 종편‧보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승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FAST) 등장 등 새로운 경쟁체계가 도입됐다. OTT나 FAST는 현재 법적 지위조차 없는 상황이다.

    PP업계는 특히 방송광고에서 OTT 수준의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아직도 방송광고 규제체계는 포지티브 기반인데 새로운 유형의 방송광고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가 허용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허용 시 법을 개정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22년 약속했던 규제 완화도 아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광고 시장의 자율성과 활력 제고를 위해 현행 7개의 복잡한 방송광고 유형을 3개(프로그램 내/외/기타광고)로 단순화하겠다 밝혔지만 그대로다.

    이같은 상황에서 OTT가 잇따라 광고요금제 출시하면서 광고시장의 주도권은 TV광고에서 디지털광고로 옮겨가고 이에 따라 콘텐츠 제작의 기반인 방송 광고 매출은 계속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실장은 “현 상황에서 2~3년 전에 구상된 수준의 규제 완화만으로는 방송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기존 규제를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수준의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 OTT를 방송 수준으로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방송에 적용된 규제 수위를 OTT 환경에 맞춰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글로벌 OTT 확산으로 출연료와 제작비가 급격히 상승했지만, 이 비용을 시장이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고 규제 완화가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광고 매출은 방송사가 다음 해 콘텐츠 제작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상파는 매출의 70~80%를 광고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광고 시장 위축은 곧 콘텐츠 제작 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국내 미디어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 깊숙이 편입돼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방미통위 출범 지연…유료방송 정책은 공백 상태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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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TV 업계도 요금제 및 약관 신고에서 OTT 수준의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특히 ‘완전무결한 신고제’는 유료방송 업계의 숙원 과제였다. 국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OECD 최하위 수준일 만큼 콘텐츠 가격이 과도하게 낮아 신고제 완화가 시장 정상화의 전환점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방송법 제77조 2항이 사업자가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한 뒤 과기정통부가 수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정부 승인형 신고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정부와 사업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접수가 반려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기정통부는 요금제 규제 완화와 유료방송 재허가·재승인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공청회를 예고했지만, 방미통위 출범 지연으로 유료방송 정책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였다. 방송 기능이 통합되기 전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던 방송진흥 기능이 방미통위로 이관되면서 법·제도 개편 작업이 멈춘 것이다.

    이희승 한국IPTV방송협회 국장은 “IPTV 등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은 OTT와 동일한 미디어 플랫폼임에도 신규 서비스 출시 시 약관 변경과 신고·수리 절차를 거쳐야 해 출시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IPTV의 신규 부가서비스 역시 제공 방식과 범위에 대한 정부 검토가 길고 기준도 불명확해 이용자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요금 규제도 문제로 꼽힌다”며 “OTT는 요금 규제를 받지 않는 반면, IPTV는 신고제를 넘어 결합상품 중심의 사실상 승인 구조에 묶여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 콘텐츠 사용료 갈등 격화…케이블TV, 정부 중재 요청

    케이블TV(SO) 업계는 방송 재원을 둘러싼 사업자 간 갈등에 정부가 적극 나서 중재해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의 콘텐츠 사용료 가이드라인 마련 지연 속 최근 플랫폼과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LG헬로비전이 대형 PP에 콘텐츠 사용료를 감액 지급한 데 대해 CJ ENM이 블랙아웃(송출 중단)을 예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며 업계 전반에서 재원 갈등은 본격화되는 추세다. 방송시장 내 모든 사업자가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에서 무엇이 ‘상생’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누구도 확답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소관부처인 방미통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신호철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실장은 “거래 대가는 원칙적으로 사업자 간 협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사업자에게만 맡겨두면 갈등과 분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현재 시장에서는 채널과 콘텐츠의 객관적인 가치 기준 자체가 부재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그 방식 역시 고민이 필요할텐데, 정부가 참여하는 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 “OTT, 규제 방향부터 정립해야”…즉흥 규제 경계론도

    이날 사업자 논의는 “OTT 수준으로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결론으로 귀결된 가운데 무엇을 왜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규제의 방향과 기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도입될 경우,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례가 언급됐다. 공정위는 앞서 OTT 웨이브가 이용자에게 중도 해지 가능 사실을 명확히 안내하지 않았다며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시정명령과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당시 학계에선 해당 제재가 OTT 산업의 현실과 구독모델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은 이미 상당 부분 약화됐고, 콘텐츠 유통의 중심도 OTT로 이동했지만 법·제도는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전 예고나 충분한 논의 없이 규제가 적용될 경우 사업자 입장에서는 예측 가능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모든 것을 법으로 규율하자는 것이 아니라 OTT 시장에서 실제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면밀히 점검한 뒤 필요한 경우에 한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춘 사업 규제 형태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특히 최근 OTT 규제 논의가 공정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경쟁법적 접근만으로는 미디어 산업의 특성과 진흥 관점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자칫 규제가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 방발기금 제도 전반 재검토 필요성도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도 제기됐다. 유료방송 사업자는 방송사업 매출의 1.5%의 동일한 징수율을 적용받아 왔는데, 시장 환경이 급변한 데 비해 제도 개선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신호철 실장은 “올해 초 과기정통부가 SO의 지역채널 투자비를 공적 기여로 인정해 방송발전기금 징수율을 1.3%로 낮추는 방안을 국회 세미나에서 제시한 바 있다”며 “SO는 지역채널 투자에 대해 의무만 지고 있을 뿐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없는 만큼, 이 같은 논의가 후속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승 국장도 “2024년 기준 방송발전기금 부담에서 IPTV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7%를 넘어 특정 사업자에게 부담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방송발전기금 제도 전반에 대한 보다 합리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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