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컨트롤러 설계 기업 파두의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685억원으로 작년 매출(435억원)을 넘어섰다. 이달 18일 기준 주가는 연초(1만5000원) 대비 40% 오른 2만1250원이다. 파두의 컨트롤러와 SK하이닉스·샌디스크 등의 낸드플래시를 결합한 기업용 SSD(eSSD)는 메타·구글·스페이스X 등에서 사용한다. 파두는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부할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가 국내에서도 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이런 기업이 최근 검찰로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당했다. 검찰은 파두가 2023년 8월 기술특례 제도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법인과 경영진 3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파두는 상장 당시 연간 매출 예측치를 1203억원으로 제시했는데, 실제론 225억원에 그쳤다. 경영진이 사업 축소를 인지하고도 사전자금조달로 시세 차익을 실현했고, 상장도 진행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파두는 매출 예측 실패에 의도성이 없다고 해명한다. 당시 주 매출원은 SK하이닉스와 진행한 ‘메타 eSSD 공급’이었다.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 평가기관 2곳 중 하나인 이크레더블은 “2021년 말부터 eSSD 컨트롤러를 양산해 메타 등에 공급하고 있다”며 ‘매우 높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나타내는 AA등급을 줬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웨이퍼 수백장(컨트롤러 수십만개 분량) 규모의 TSMC 생산 권리를 파두에 넘겼다. 메타의 기술 요구에 충족하려면 TSMC 핀펫 공정 사용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파두는 이를 포함해 여러 발주 물량 예측치를 근거로 매출을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SK하이닉스가 파두에 2023년 초 ‘거래처 발주가 끊길 수 있다’는 점을 알렸으나, 이를 대외에 밝히지 않은 채 상장을 진행했다고 본다.
파두가 매출 예측 실패로 시장·투자자의 오판을 부른 것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업계에선 반도체 시황이 시시각각 변해 몇 달 뒤조차 내다보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전망에 경영진의 고의성이 개입됐는지는 검찰이 증명할 몫이다. 오해에 기인한 것이라면 해소할 책임은 회사에 있다.
문제는 시장이다. 매출 급감에 따라 제기된 ‘기술력 부재’ 의혹은 최근 달성한 실적으로 상당 부분 해소됐다. 그런데도 파두는 여전히 코스닥 시장에서 ‘사기꾼 기업’으로 불린다. 특사경 조사 착수부터 검찰 기소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상장사 대표를 ‘도주 우려’ 이유로 출국 금지해 미국에서 고객사를 만날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파두 사태가 아쉬운 점은 의도성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상장 심사에서 정확한 정보가 시장에 제공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는 코스닥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믿을 수 있는 검증 절차’가 도입돼야 우량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기술특례가 딥테크 스타트업의 사실상 유일한 자금 조달 창구로 여겨지는 현실도 문제다. 이를 해결해야 불확실성을 내포한 ‘매출 예측치’에 기대지 않을 수 있다. 사업이 무르익을 때까지 버틸 투자처를 마련해야 한다. 연기금의 투자 포트폴리오 중 초기 기업이 포함되거나, 대출 조건 완화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제2의 파두 사태’가 나오지 않으려면 코스닥 상장 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제도적 미비를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투자금을 기다리는 기업도 피해를 보지 않고 시장의 불신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정두용 기자(jdy2230@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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