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은 18일(현지시간) 총회를 열어 바르함 살리흐 전 이라크 대통령을 유엔난민기구(UNHCR) 신임 최고대표로 선출했다. 살리흐 전 대통령은 사상 첫 난민 출신 UNHCR 최고대표가 된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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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난민 문제 해결에 나서는 유엔난민기구(UNHCR)가 75년 역사상 처음으로 난민 출신 수장을 두게 됐다. 유엔은 18일(현지시간) 총회를 열어 바르함 살리흐(65) 전 이라크 대통령을 UNHCR 신임 최고대표로 선출했다. 살리흐 대표는 내년 1월 1일 업무를 시작하며 임기는 5년이다.
UNHCR이 1950년 설립된 이래 난민 출신이 최고대표를 맡은 것인 이번이 처음이다. 이라크 쿠르드인인 살리흐 신임대표는 통계학 및 컴퓨터 응용 분야 박사 학위를 소지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학생 시절 쿠르드 민족 운동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발을 들였다. 1979년 사담 후세인 정권 아래에서 두 차례 체포돼 43일간 구금됐고 이 과정에서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석방된 이후 박해를 피해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영국으로 떠나 난민 신분으로 생활했다.
이후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자 이라크로 돌아와 정치 활동을 벌였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를 두 차례 지낸 그는 2018년~2022년 이라크 8대 대통령을 지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이라크에서는 통상 실권을 쥔 총리는 시아파가, 의회 의장은 수니파가, 형식상 국가수반인 대통령은 쿠르드계가 각각 맡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살리흐 신임대표에 대해 “국제기구와 지역 조직과의 협력을 비롯해 정치, 외교, 행정에서의 고위 경험이 있을 뿐 아니라 난민, 위기 협상가, 국가 개혁가로서 인권과 인도주의적 비전도 갖췄다”고 높게 평가했다.
바르함 살리흐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1년 제 76차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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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포 그란디 현 UNHCR 최고대표도 “(살리흐 신임대표는) 난민과 강제 실향민이 직면한 어려움을 직접 경험했다”며 “이러한 배경과 경험은 대규모 강제 실향과 복잡해진 인도적ㆍ정치적 위기 상황을 마주한 지금 UNHCR을 이끌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살리흐 신임대표는 선출 이후 X(옛 트위터)에 “나 또한 한때 난민이었던 경험이 있어 보호와 지원이 삶의 방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 실용주의, 국제법 준수에 기반을 둔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UNHCR은 전 세계 128개국에서 박해를 피하거나 분쟁, 기후 변화, 경제 위기로 고향을 떠난 난민을 지원하고 있다. UNHCR은 현재 전 세계 강제 이주민이 약 1억1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직원 1만4600여명 가운데 90%는 인도주의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살리흐 신임대표의 향후 업무 환경은 녹록지 않다. 다른 유엔 기구들과 마찬가지로 UNHCR 역시 예산 문제에 직면해 있다. 난민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태도가 적대적으로 변하면서 UNHCR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여국들의 자금 지원은 2024년 55억 달러(약 8조1300억원)에서 올해 39억 달러(약 5조7700억원)로 급감했다. 2026년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공여국인 미국은 2024년 UNHCR 운영 예산(55억 달러)의 약 40%인 21억 달러(약 3조1000억원)를 지원했으나, 올해 지원금은 8억1100만 달러(약 1조2000억원)로 줄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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