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 교육 행사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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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19일 “국민의힘 대표로서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결과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제 그 바탕 위에서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간 12·3 내란사태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비상계엄 선포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던 장 대표가 최근 당 안팎에서 거세지는 비판 속에 뒤늦게 반성의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존중한다”고도 했다. 장 대표의 측근은 이를 두고도 “윤 어게인 세력과의 결별 선언이나 마찬가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충북도당 당원교육’에서 “작년 12월3일 저는 국회 본회의장에 있었다.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고 17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계엄 해제에 찬성표 던졌다”며 “아마 함께하지 못했던 90명의 의원들도 본회의장 들어올 수 있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계엄 해제에 빚이 없는 저를 당원이 선택해줬다”며 “그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내란몰이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라는, 계엄 해제 표결에 빚이 없는 제가 맨 앞에 서서 맞서 싸우라는 당원들의 명령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추운 겨울 아스팔트 위에서 싸웠지만 탄핵을 막아내지 못했다. 저희가 부족했다.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을 두 번 연속 지켜내지 못했다”고 했다.
장 대표는 그러면서도 “헌법재판소는 민주당의 여러 의회 폭거가 있었지만, 그것은 다른 정치적 방법으로 풀었어야 옳았다고 판결했다”며 “저는 아직 헌재의 심판 과정에 여러 절차상 문제점들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데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달리 사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보수의 가치이자 우리가 저들과는 다른 보수의 품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특히 “계엄과 탄핵을 거치며 대한민국은 둘로 갈라졌고, 사회는 혼란을 겪었고 많은 국민이 상처를 받았다”며 “계엄과 탄핵이 가져온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그 바탕 위에서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며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는 이겨야 한다. 이기기 위해서 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당대표가 부족하다면 손가락질할 것이 아니라 그 부족함을 메워줘야 할 것”이라며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나로 뭉쳐 부족한 사람에게 더 힘을 보태줘야 한다. 저는 제 부족함을 잘 알고, 무엇을 더 채워야 할 지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이런 발언은 최근 국민의힘 주류 의원들까지도 12·3 내란사태에 대한 반성이 없이 강경 지지층에만 부응하고 있는 장 대표의 노선 변화를 요구하는 가운데 나왔다. 특히 최근 ‘찐윤’(친윤석열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마저 장 대표를 향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 골수 지지층의 손가락질을 다 벗어던지고 계엄의 굴레를 벗어나자”고 촉구한 바 있다.
장 대표의 측근 의원은 “장 대표가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했다는 점을 내세운 건, 비상계엄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고, 탄핵에 이르는 과정은 마음에 안 들지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한 것은, (강성 지지층을 향해) ‘여러분도 인정해야 된다’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어게인 세력은 탄핵이 잘못됐으니 윤 전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만큼,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한 것은 이들과 결별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가 그간의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외연 확장에 나서는 쪽으로 기조를 바꿨다는 취지다.
이 측근 의원은 다만 “장 대표가 이를 보여주기 위해 대국민 사과에 나서기보다는 행동 변화로 입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장 대표의 발언이 전해지자 페이스북을 통해 “함께 계엄을 극복하고 민주당의 폭주와 싸우는 것만이 대한민국과 보수가 살 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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