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기업 5년내 주요사업 변경시 상폐 대상
연기금 평가 벤치마크에 코스닥도 반영
근본적 시장구조 개편은 빠져 아쉬움
금융당국이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의 코스닥 시장 재설계에 나선다. 바이오에 국한돼 있던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을 인공지능(AI), 에너지, 우주 등 첨단 산업으로 확대하고 기술심사위원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이와 동시에 기술특례상장기업의 상장폐지 심사 요건도 새로 추가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벤치마크에 코스닥 지수 반영을 검토하고, 코스닥벤처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한 세제 혜택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기대했던 수준의 대대적인 구조 개편이 빠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해관계자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을 하고있다./사진=비즈워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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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리그 꼬리표 여전한 코스닥
코스닥시장은 벤처기업의 요람으로 출범했지만, IT버블 이후 신뢰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장 기업 수는 2005년 917개에서 현재 1731개로 89% 증가했지만, 지수는 출범 당시 기준선(1000포인트)을 여전히 밑돌고 있다.
성장 기업들은 나스닥 등 해외 증시로 발길을 돌렸고, 코스닥 IPO 규모도 2021년 3조3000억원에서 3년 연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2조원 수준에 그쳤다.
투자자 구성 역시 시장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가운데 기관투자가 비중은 4.5%로, 코스피 시장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AI·에너지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상장폐지도 강화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코스닥 시장 개선을 위해 19일 '코스닥 신뢰·혁신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코스닥시장본부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코스닥시장위원회 외부위원 추천·선임 시 경력과 전문성 요건을 신설한다. 벤처기업, 벤처캐피털(VC) 경력이 있거나, 자본시장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학계·법조계 인사로 위원회를 구성한다.
거래소 내 코스닥시장본부는 다른 본부와 분리해 혁신기업 성장 지원과 시장 신뢰도 제고를 기준으로 별도 평가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별도 인센티브도 도입된다.
시장 진입 문호를 넓히는 동시에 상장폐지도 강화하는 '다산다사' 구조를 도입한다. 이를 위해 상장심사와 상장폐지 절차를 손질한다.
상장심사 측면에선 바이오 기업에 한정됐던 맞춤형 기술특례상장의 문호를 AI·에너지·우주항공 등 첨단 산업으로 넓힌다. 지금은 전문기관 기술평가와 주관사 평가를 통해 인정받은 바이오 기업이 최소 재무 요건(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을 충족하면 상장심사를 신청할 수 있는데, 이를 다른 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연내 기술심사 기준을 마련해 내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기술심사의 전문성도 강화된다. 현재 코스닥 상장심사 과정에서 기술자문을 받고 있지만 비상시적 운영에 그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AI, 우주, 에너지저장장치(ESS), 신재생에너지, 로봇 등 세부 기술별 자문역을 지정해 상시 심사 체계를 구축한다.
상장폐지 절차도 속도를 낸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특례기간(5년) 동안 사업 목적을 변경할 경우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바이오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가상자산 투자 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된다. 아울러 코스닥 상장폐지 전담 부서는 기존 1개에서 2개로 확대 개편된다.
연기금 자금 유도…시장 구조개편 빠져 '아쉬움'
연기금 자금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기금운용평가 기준수익률에 코스닥 지수를 일정 비율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대상으로 한 운용평가에서 코스피 지수를 벤치마크로 활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코스닥 지수를 추가하는 방안이다.
금융위는 이를 두고 연기금의 투자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벤치마크에 코스닥을 반영한 후 개별 연기금이 어떻게 운용을 바꿀지는 본인들의 판단"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연기금 운용 업계에서도 지표가 바뀐다면 투자대상을 확대할 요인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코스닥벤처펀드에 적용되는 소득공제 혜택(최대 3000만원)을 연장하고, 공모주 우선 배정 물량도 기존 25%에서 30%로 확대한다.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대한 세제 혜택 도입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투자자 신뢰 제고를 위해 풋백옵션(일정 기간 일반투자자가 주관·인수 증권사에 공모가의 90%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안내도 강화한다. 주관사 책임을 높이기 위해 주관사별 추정 실적과 실제 실적 간 괴리율 비교 공시도 도입한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에 대해 시장 분위기를 획기적으로 바꿀 '메인 메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스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처럼 근본적인 시장구조 개편을 기대한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고 과장은 "증권시장 구조개편은 자본시장의 틀을 바꾸는 큰 작업이라 이해관계자의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시한을 두지않고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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