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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0 (토)

    연말 기자회견 나선 푸틴 "우크라, 종전 준비 안됐다…근본 원인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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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모스크바서 연례 기자회견
    "우크라 대화 신호있지만 준비안돼"
    "러시아군, 주도권 장악...새 승리"
    트럼프·시진핑 칭찬, 유럽은 맹비난
    "우크라 선거시엔 안정보장 할 것"


    한국일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말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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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대화 의지를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영토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말 기자회견에서 첫 주제로 우크라이나 문제를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우크라이나 정권을 포함한 여러 측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특정한 신호를 보고, 느끼고, 알고 있다"면서도 "우크라이나는 기본적으로는 평화적 수단을 통한 분쟁 종식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영토 양보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쟁을 끝내려면 근본 원인이 해결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현재 점령 중인 군사 요충지들까지 포함해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요구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전략적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연말까지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적(우크라이나군)이 완전히 격퇴된 뒤 전선의 전략적 주도권이 완전히 러시아군의 손으로 넘어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시진핑은 칭찬...유럽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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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말 기자회견에서 질문자를 지목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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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을 위해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두 정상은 지난 8월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종전 문제를 논의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논의와 관련해 "앵커리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을 때 그의 제안에 사실상 동의했다"며 "러시아는 평화 협상을 거부하지 않는다. 공은 전적으로 서방 파트너들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친구"이며 중·러 관계는 "세계 안정의 핵심 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중국과의 관계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노력을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라며 "특히 첨단 기술 분야와 군사 분야에서 협력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정상들에 대해서는 반감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나토와 협력 관계를 유지한 적도 있지만, (나토) 확장 금지에 대한 약속은 거짓이었다"며 "나토 군사 시설이 러시아 국경 쪽으로 확장하는 것은 과거에도, 지금도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동결 자산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지원금 지급을 추진한 데 대해 "강도짓"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관련 합의가 무산된 것은 "강도들에게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날 EU는 회원국 만장일치로 우크라이나에 900억 유로(약 156조 원) 상당의 무이자 대출을 합의했지만 러시아 동결 자산을 직접 활용하는 데는 뜻을 모으지 못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선거를 실시할 경우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며 "최소한 투표 당일만큼은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거나 자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러시아가 대통령 선거를 압박하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안전'이 보장되면 60~90일 내에 선거를 실시할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지난해 5월까지였지만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중 선거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은 푸틴 대통령이 집권 직후인 2001년부터 개최한 연말 결산 기자회견의 일환이다. 그는 기자회견을 국내 외에 자신의 건재를 드러내고, 정치·외교적 메시지를 발신하는 이벤트로 활용해 왔다. 이날 회견은 4시간40분간 진행됐으며 푸틴 대통령은 80여개 질문에 답변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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